데이트ㆍ결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 데이트 통장을 함께 관리하다 보면 돈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과 태도를 알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많은 커플이 ‘데이트 통장’을 만든다. 각자 일정액을 통장에 넣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돈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하기도 한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데이트 통장은 서로의 경제 궁합을 엿볼 수 있는 현명한 도구다.

최근 한 온라인 조사기관이 10~50대 남녀 1000명에게 데이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전체의 약 3분의 1이 “데이트 비용을 균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고, 다른 3분의 1은 “성별과 상관없이 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남성이 더 내야 한다”는 응답은 3분의 1에 못 미쳤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결혼 관련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선 “남녀가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비율이 70% 이상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능력과 별개로 남자의 비용부담이 사랑의 간접증거처럼 여겨지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거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양성평등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데이트 비용도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결혼 비용이 치솟고 있는 것도 인식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한창 데이트를 하는 시기의 20대 청년들 대부분은 지갑이 얇은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다. 취업을 했더라도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긴 이른 시기다. 연애와 결혼은 별개라는 가치관도 분담 트렌드에 일조한다. 결혼을 할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대에게는 심리적으로 쓸 수 있는 비용이 한계가 있게 마련이니까.

그러다보니 요즘 커플들은 ‘데이트 통장’이라는 걸 만든다. 각자 일정금액을 통장에 넣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그 돈으로 데이트를 한다. 데이트 비용과 관련된 갈등을 피하고 서로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어 일석이조다. 연애하는 동안 데이트 통장을 함께 관리하면서 돈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고 조정해갈 수도 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하거나 서로 조정이 가능하면 결혼에 이르게 될 확률도 높아진다.

흔히 ‘성격 차이’라고 부르는 이혼 사유 중 90%는 돈을 쓰는 방법에서의 차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결혼해보니 아내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먼저 사려고 하고, 남편은 하루라도 젊을 때 여행과 레저를 즐기고 싶어 한다면 어떨까. 결혼생활에서 내려야 하는 의사결정 대부분은 사실 돈을 쓰는 용도와 방법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돈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고, 고상하지 않은 행동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결혼한 후에야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되는 거다.

데이트, 나아가 결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보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결혼 전에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상대의 태도나 취미, 가치관을 알게 될 것이다. 돈에 대한 상대의 태도나 행동을 신뢰하게 되면 상대의 인성에 대한 신뢰도 쌓이게 된다.

반대로 데이트 통장을 만들고도 소비 방식에서의 차이 때문에 갈등이 계속된다면 그 데이트는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트 때 누가 더 많이 먹고 마셨는지를 일일이 따지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적합한 상대가 아닌 거다. 그런 사람은 데이트 통장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말기를 권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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