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ChFC한국평가인증 대표

인공지능(AI)이 각광받는 시대다. 금융투자에선 AI로 무장한 로보어드바이저(RAㆍRobo-Advisor)가 등장했다. 문제는 성능이다. RA 투자, 과연 믿을 만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다리라’는 의견과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이 갈린다. ChFC한국평가인증의 김병기(64) 대표를 만나 RA의 가능성을 물었다. 그는 “결국은 RA 자산관리사 두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8.20%.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이 6개월(2 016년 10월 17일~2017년 4월 16일)간 진행한 로보어드바이저(RAㆍRobo-Advis or) 알고리즘 테스트베드(시범운영)에서 나온 최고 수익률(적극투자형)이다. RA는 간단히 말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투자 방식이다. 이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RA기술업체인 ChFC한국평가인증(알고리즘명 ‘MyGPS’)이다.

흥미로운 건 이 테스트베드엔 RA기술업체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총 참여업체는 25개, 알고리즘 수는 28개(9개 업체 14개 알고리즘 중도 탈락)였다. 전문가집단이 모인 금융권을 제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ChFC한국평가인증의 김병기(64)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국계 금융사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2003년 뉴스테이트자산운용(현재의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세워 운영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 8.20%면 굉장히 높은 수익률 아닌가.
“테스트베드 유형이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으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높았던 적극투자형 수익률이 그렇다는 거다. 안정추구형은 3.33%, 위험중립형은 5. 77%를 기록했다. 다른 유형에서도 ‘MyGP S’의 수익률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최고 수익률만 얘기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 증권사 수익률보다 높았다는 건 신선한 충격이다. 비결이 뭔가.
“다른 업체들이 어떤 알고리즘을 썼는지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해서 말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 알고리즘이 투자 종목을 제대로 선택했다는 얘기다.”

✚ RA의 주요 기능은 적절한 시기에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수익률은 투자 종목 선정에서 거의 결정된다. 그게 RA가 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주식과 채권들을 적절한 시기에 사고파는 문제는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력이 5% 수준에 불과하다.”

✚ 좀 더 쉽게 말해 달라.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팀의 실적이 안 좋을 때 왜 감독을 교체하는가. 감독의 역량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 감독의 첫째 역할은 뭔가. 감독이 생각하는 전략에 맞는 선수를 뽑는 거다. 선수를 잘못 뽑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하더라도 좋은 실적을 내기 힘들 거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 그럼 종목만 제대로 선정하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률이 낮았던 건 종목 선정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테스트베드에 넣었던 종목을 모두 공개하면 수익률이 달랐던 이유를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거다.”

✚ 대우조선해양이나 한진해운 사태처럼 국가정책에 따라 종목이 갑작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조정(리밸런싱)을 해줘야 한다. RA의 경우, 조정을 하라는 신호만 보내면 알고리즘이 알아서 조정을 한다.”

✚ RA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선정하는가.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RA 알고리즘 운용에 필요한 빅데이터란 이자율, 종합주가지수, 환율, 종목 데이터 등 금융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포함한다. 이를 기본 바탕에 두고, 투자유형별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종목만 잘 짜도 수익률 개선

✚ 빅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가고 수익률도 높아지겠다.
“그렇다. 시장전망치나 정치적 이슈까지 빅데이터에 포함하면 더 정확할 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슈퍼컴퓨터를 써야할 거다.”

✚ RA 알고리즘은 금융투자에 적극 활용될 것 같다. 하지만 의문이 있다. 모든 투자자가 ChFC한국평가인증의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면 그 투자자들끼리 경쟁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럼 수익률도 떨어질 텐데.
“같은 알고리즘이라고 해도 언제 투자하는지에 따라 주식인지 펀드인지, 국내인지 해외인지, 미국인지 중국인지, 삼성전자인지 현대차ㆍ기아차인지, 그리고 각 종목의 비중은 어떻게 할 건지 등 선택의 기준이 매일, 매시 혹은 매분마다 달라진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상장기업 수만 200 0개가 넘고, 펀드상품만 해도 약 3000개에 이른다. 게다가 투자유형도 수익률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같은 알고리즘이라 해도 동일한 포트폴리오가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RA 알고리즘은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변액보험에서 RA를 이용한다.”

▲ 김병기 대표는 “종목을 잘 선정하는 게 높은 수익률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변액보험은 기피대상 1호다. 형편 없는 수익률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액보험에 적용된 RA 알고리즘이 엉망이라는 얘기 아닌가.
“사실 변액보험은 나쁜 상품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중요한 건 투자 포트폴리오다. 애당초 안정형에 맞춰 출시된 변액보험은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다. 투자성향에 맞춰 조정을 해줘야 했는데, 금융사들은 판매에만 열을 올렸다.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바빠서 신경을 안 썼다. 여기에 금융사들이 사업비까지 많이 떼면서 수익률은 더 떨어졌다. RA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만 짜 준다면 변액보험 인식도 개선할 수 있을 거다.”

✚ 현재 다른 상품에도 RA를 사용하고 있나.
“우리 RA 알고리즘은 일부 증권사 금융상품에 적용해서 쓰고 있다. 고객들의 자금이 약 100억원 들어 있고, 우리 직원들도 50만원씩 월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략 연 12% 수익률을 내고 있다.”

RA, 개인에게도 제공할 것

✚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RA 알고리즘을 개방할 생각도 있는가.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ChFC자격증을 발급받은 자산관리사들을 위한 재무설계 프로그램으로 RA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월 사용료를 내고 RA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MyGPS’ 역시 그 용도로 만든 거다. 이를 개인투자자들에게 개방해서 좀 더 저렴하게 많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ChFC는 미국의 자산관리자격증이며, ChFC한국평가인증은 이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다.

✚ 추후 RA 알고리즘이 개선되면 사용료가 올라갈 수도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MyGPS’는 최초 1.0버전에서 현재 4.0버전까지 완성했다. 테스트베드에 사용된 게 3.0버전이고, 성능이 80% 수준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완성된 4.0버전은 약 95%의 성능을 보여준다. 아마 더 이상 개선하는 건 ChFC한국평가인증의 능력 밖의 일일 거다. 사용료가 오른다고 해도 금융사들이 받는 수수료보다는 훨씬 낮을 거다. 결국에는 개인투자자들이 각각의 RA 자산관리사를 두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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