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분리한 이유

▲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한 이유를 “경쟁력 강화 때문”이라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사업부’를 분리했다. 회사 측 공식 입장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가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자 꼬리를 잘라내는 게 아니냐는 거다. 더스쿠프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독립시킨 진짜 이유를 살펴봤다.

삼성전자의 갑작스러운 ‘사업부 독립책策’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DS(반도체) 부문 시스템LSI사업부에 있던 ‘파운드리(반도체 생산ㆍfoundry) 팀’을 독립부서로 분리했는데, 그 배경이 뭐냐는 이유에서다.

기업을 분할하거나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실적이 신통치 않은 사업부를 떼어내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경우다. 둘째는 미래가 유망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어떤 경우에 속할까. 회사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하는 종합반도체기업이다. 이 때문에 공장 없이 설계만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는 삼성전자 공장에 ‘생산’을 맡기는 걸 꺼리기 일쑤였다. 공장에 보낸 설계도면이 유출될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였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독립부서로 만든 첫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세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위원은 “파운드리 사업팀이 독립부서가 된다는 건 파운드리 사업을 책임질 책임자(부장)가 위임된다는 얘기이고, 이는 곧 책임소재가 명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면서 “설계부서와 생산부서가 각각 독립돼있으니 팹리스 전문업체도 좀 더 안전하게 생산을 맡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팹리스 사업 면에서나 파운드리 사업 면에서나 올바른 방향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자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분리한 게 아니냐는 거다. 흥미롭게도 이 주장의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에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하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날벼락을 맞았다. 애플이 모든 AP물량을 대만의 파운드리 전문업체 TSMC로부터 공급 받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선 최대 AP 고객을 대만에 빼앗긴 셈인데, 이런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독립을 경쟁력 강화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 공급물량 끊은 애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사업부를 독립하고 책임소재를 따로 묻는다고 해도 한 기업에 속해 있는 사업부”라면서 “가령, 애플의 경쟁자는 삼성전자 팹리스 사업부가 아니라 삼성전자라는 기업인 건데, 효과가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애플과의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아성은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다”고 꼬집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시장점유율은 54.5%, 삼성전자는 6.9%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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