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지성주의」

지성주의에 대한 반감, 그리고 평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부의 백인 하층 노동자와 중서부 농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엘리트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다수의 사람들이 헛똑똑이 힐러리 클린턴을 혐오하고 트럼프를 지지했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트럼프는 이 책이 제시하는 ‘반지성주의’의 특징을 고루 갖췄다. 트럼프가 원시주의, 지성에 대한 경멸, 성공 일변도의 사업가 정신을 고루 갖춘 인물이라는 거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앞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반지성주의에 열광했다. 이처럼 오늘날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보수주의 정치와 밀접하게 결합돼 나타난다.

한때 대중은 지식인에게 호의적이었다. 1960년대 민주주의와 경제가 번성할 때 대중은 지식인과 좋은 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대중은 분노의 화살을 지식인에게 돌렸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일반 대중에게는 지식을 독점하는 엘리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다고 설명한다. 또 “반지성주의는 민주적 제도와 평등주의를 정서적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지식인은 생각하고 기능하는 방식이 엘리트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반지성주의 현상은 미국의 식민지시대부터 나타났으며 1950년대에 두드러졌다. 1952년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지성’과 ‘속물’이 대립하는 구도였다. 지적 허세를 부리는 지식인 애들라스 스티븐슨과 제2차 세계대전 전장을 누빈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아이젠하워의 압승이었다. 이런 결과는 미국 사회가 지식인을 거부한 것으로 이해됐고, ‘반지성적’이라는 말은 미국인들이 자기 평가에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형용사가 됐다.

▲ 트럼프의 인기 뒤에는 뿌리 깊은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숨어있다.[사진=뉴시스]
이 책은 미국의 역사를 반지성주의의 개념으로 분석한 고전이다. 미국 건국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ㆍ종교ㆍ경제ㆍ교육ㆍ문학 등을 소재로 삼는다. 지성을 멸시하는 미국인을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지성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내가 ‘반지성적’이라고 일컫는 태도나 사고의 공통적인 감정은 그것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에 대한 분노와 의심이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반지성주의는 ‘데이터나 증거보다 육감이나 원시적인 감정을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태도나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저자는 “반지성주의가 반드시 부정적인 뉘앙스만 갖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적 권위나 엘리트 문제를 논할 때에는 반지성주의적 관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성과 권력의 결합에 반발하는 것이 반지성주의의 원동력이며, 반지성주의가 부정하는 건 ‘지성’ 자체가 아닌 ‘지성주의’라는 거다. 반지성주의를 거울삼아 지성의 성장과 타락을 이해하고, 지성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면 사회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세가지 스토리

「약탈정치」
강준만 지음 | 문학과 사상사 펴냄

이 책은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이 과거 어떤 정권보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웠다고 지적하고 이를 ‘약탈정치’라고 명명한다. 두 전 대통령이 정치를 자신의 사익 추구의 도구로 사용했으며, 돈과 기업뿐 아니라 국민의 신임까지 약탈했다는 거다. 또 약탈정치는 좌우나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반세기 넘게 누적돼온 우리의 경제발전 방식, 생활양식에 녹아있다고 꼬집는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
양효실 지음 | 현실문화 펴냄

우리는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남들처럼 학교와 직장에 가고 돈을 번다.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는 거다. 저자는 ‘어른이 되는 것’이 그렇게 까지 바라고 추구할 만한 일인지 묻는다. 우리를 짓누르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세상의 법칙처럼 어른이 될 것을 종용한다는 거다. 하지만 ‘세상의 법칙이란 없다’는 것을 간파한 이들은 어른이 되기보다 진정한 삶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 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지키는 법」
조나 레러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사랑은 어렵다. 그래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알고 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뇌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사랑을 지키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사랑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문학ㆍ사상ㆍ심리ㆍ예술ㆍ종교에 나타난 ‘사랑’의 진화에 대해 논하고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때의 물리적 프로세스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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