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풍경展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언론인의 바다 ▲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 ▲공직자의 얼음기둥 ▲연구원의 선인장
“직업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가.” 원성연 작가가 여러 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품었던 호기심이다. 누구나 동경하는 직업들은 분명하고 전문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며, 저마다의 아우라를 풍긴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무리 멋진 직업일지라도 다른 직업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작가는 멀리서 바라볼 때 특별해 보였던 직업과 그 안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고단함을 동물과 풍경으로 묘사했다.

원성연 작가의 개인전 ‘타인의 풍경(The sight of the others)’에선 언론인ㆍIT전문가ㆍ교수ㆍ약사ㆍ금융인ㆍ공직자ㆍ연구원의 직업적 단상을 보여준다. 작가가 3년 동안 촬영한 수천장의 사진으로 정교하게 콜라주 했다. 언뜻 보면 한 장의 아름다운 풍경사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장의 사진을 합쳐 입체감을 살렸다.

‘언론인의 바다’는 언론인이 서 있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된 상황에서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파도와,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한가운데서 배를 타고 보는 파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격랑의 한가운데 서서 보도하는 생생한 즐거움과 그들 간의 견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뇌를 담았다.

공직자의 직업적 특징은 얼음기둥으로 표현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공직자는 도덕성과 정직함, 투명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들은 권력의 가장 가까이에 있다. 출세하고 싶은 그들의 욕구는 깨진 얼음 위로 뻗어 오르고, 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고드름과 만나 기둥이 형성된다. 권력이 생기는 지점이다. 새하얀 학은 얼음 사이에 생기는 아름다운 권력을 바라본다. 권력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그들에게 권력은 가장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선보이는 ‘새로운 풍경’은 다소 난해할 수도 있다. 비극적이거나 공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다보면 아름답고 즐거운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사회의 풍경이라서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서울 종로에 위치한 갤러리 아라리오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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