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살을 빼기 위해 독극물까지 마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인간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갈구하는 존재다. 학업에 정진해 나름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아름답고 현명한 여성을 아내로 맞이하는 희망을 갖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 멋진 차를 갖거나 정원이 딸린 주택을 갖는 것도 소망이 될 수 있다. 각자가 설계하는 목표는 보편적이거나 타당한 가치를 지닐 때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그 꿈의 본질이 무리수를 둘수록 훼손된다는 점이다. 방향성이 글러 먹은 꿈은 종국엔 엉뚱한 곳으로 굴러간다. 다이어트 시장은 그런 못된 꿈들이 횡행하는 곳이다. 왜 그런지는 지난번(더스쿠프 236호 촌충 다이어트를 아십니까?)에 언급한 ‘촌충 다이어트’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알아보자.

1930년대 날씬한 몸을 위해 미국인들이 꾸던 꿈은 현대에 이르러 중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인터넷을 통해 회충알 캡슐을 팔아먹는 회사의 설명은 간단명료하다. 부화한 회충이 체내에서 영양소를 먹어 치우므로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눌 음식이 있다면 불우이웃과 나눌 일이지 왜 회충과 나누는지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우리 돈 2만원 정도에 선형동물 알을 팔아먹는 회사의 사장은 복용 후 열이 날 수는 있지만 부작용으로 숨진 사람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늘의 별을 헤아리기 힘들듯 유사 이래 명멸한 다이어트는 날씬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잘 보여준다. 욕망에 눈이 멀면 회충알을 마시는 것도 모자라 급기야 독극물을 먹는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비소砒素(금속광택이 나는 결정성의 비금속 원소) 다이어트가 그것인데, 군사용 독가스의 전구체인 비금속을 먹는 목적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는 기치를 내세워 약을 팔아먹는 자들은 그 약의 어떤 성분이 어느 방향으로 작용해 대사율을 높이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필자가 대신 이론적인 고민을 해보겠다.

중추신경계(CNS)의 지배를 받는 자율신경계는 교감 및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교감신경계는 운동하거나 흥분하면 자극받는데, 넘치면 그것을 ‘항진’이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비소 다이어트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몸을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위 반응체계인 교감신경계를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극해 중추신경계를 혼란에 빠뜨려 대사율을 높여 살을 빠지게 만든다.”

과연 흥분해 맥박이 빨라지고 땀이 흐르면 체지방이 없어지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적절한 식이와 적정 강도로 지속하는 운동 외의 방법으로 살을 빼려 한다면 그것은 욕망에 불과하다.
다이어트는 과정의 문제다. 잘못된 과정으로 올바른 목적이 달성될 수 있겠나. 다음호엔 창백한 얼굴과 마른 몸으로 뭇 여성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당대의 시인 바이런이 무엇을 마셨는지 알아보자.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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