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새로운 시작 展

▲ ❶ 무제, 194x259cm, 1994 ❷ 무제, 81x80cm, 1991 ❸ 무제, 177x245cm, 1990
‘한국화의 테러리스트’ ‘탈장르의 리더’ ‘무법無法의 자유주의자’로 불렸던 소정 황창배(1947~2001년) 화백. 그는 1980~1990년대 한국 화단에 파문을 던지며 ‘황창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근대기부터 이어져온 전통 화단의 수묵과 채색 이원화 구도를 허문 것도 그였다.

“정제된 그림은 재미가 없다”던 그는 동시대의 다양한 풍정을 독창적인 필묵법으로 재현했다. 수묵과 채색을 적절히 아우르며 당대의 문화, 사회적 코드를 시각화했다. 지필묵뿐만 아니라 캔버스, 잿물, 아크릴, 연탄재 등 재료는 폭넓게 사용했지만 전통 필묵법의 법칙은 완벽하게 고수했다.

1966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1978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비구상을 출품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한국화 분야에서는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 전통화단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어 국전 특선, 문공부장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호암미술관 초대전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 ❹ 무제, 99x125cm, 1979 ❺ 무제, 112x52cm, 1979
하지만 그는 늘 신인처럼 변화를 갈구했다. 근현대 격변기를 살며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낡은 것과 새것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그는 ‘현대 회화의 전위’로 불렸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황창배는 2001년 쉰다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죽기 10여년 전 이화여대 교수를 돌연 박차고 나와 충북 산골짜기에 칩거하며 고독과 소외, 외로움과 사투하기도 했다. 그것은 ‘나만의 그림’을 찾겠다는 치열한 전투였다.

이번 전시는 황창배를 기리기 위한 공간인 ‘스페이스 창배’의 개관 기념 전시다. 스페이스 창배는 황창배기념사업회를 주축으로 전시, 학술행사, 아카데미, 작가발굴, 공연 등을 진행하는 연희동의 새로운 복합 문화공간이다.

지난 11일부터 ‘봄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황창배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한국화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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