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도지침’

▲ 1986년 실제 보도지침 폭로사건이 연극무대에 오른다.[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제5공화국 시절. 어느 날부터인가 이름 모를 곳에서 팩스가 날아온다. “이 단어는 꼭 써라.” “저 사진은 절대 쓰지 마라.” 그 팩스는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기사보도 가이드라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사에 은밀하게 전달됐다. 그런데 한 언론사 기자가 그 보도지침 수백건을 ‘말’ 지에 폭로했다.

해당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로 구속됐다가 9년 후인 1995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아는가. 1986년 당시 그 보도지침 폭로사건마저 정부의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실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우리는 세상에 공개한다.” 실제 보도지침 폭로사건이 연극무대에 오른다. 30년 전 사건의 판결 과정을 재구성한다. 당시 사건의 실제인물인 김주언 기자, 한승헌 변호사, 김종배 기자는 각각 김주혁 기자, 황승욱 변호사, 김정배 월간지 편집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들과 맞서는 최돈결 검사는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대학시절 뜨거운 청춘을 함께 보낸 네 사람은 후에 검사와 피고인으로 만나 갈등을 고조시킨다.

뮤지컬 ‘그날들’ ‘아랑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걸출한 창작뮤지컬을 제작해 온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가 이번엔 실화를 꺼내들었다. 연출은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연출상을 거머쥔 젊은 연출가 오세혁이 맡았다. 그는 연출에 각색까지 책임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보도지침을 폭로한 기자 김주혁 역에는 김경수ㆍ이형훈과 함께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봉태규가 캐스팅됐다. 월간지 발행인 김정배 역에는 고상호박정원기세중이, 이들을 변호하는 변호사 승욱 역에 박정표박유덕이 참여한다. 이들과 맞서는 검사 돈결 역에 남윤호안재영이 캐스팅됐다. 이들의 은사이자 판사인 원달 역에는 서현철과 윤상화가 함께 한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 조기대선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 30년이나 지난 사건이지만 결코 딴 세상 얘기 같지 않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 연극 보도지침이 21일 대학로 TOM 2관에서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