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016년 가계 소비증감률 분석해보니…

▲ 소비활성화를 위해선 미봉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진짜 대책이 필요하다.[사진=뉴시스]
소비는 ‘보이지 않는 손’만이 움직일 수 있는 걸까. 정부 정책은 왜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걸까. 박근혜 정부가 꺼내든 소비 활성화 정책이 줄줄이 실패하자 제기되는 의문들이다.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의 소비증감률을 분석한 뒤 각종 정책을 대입해봤다.

7.7%, 4.7%, -1%.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의 가계 소비증감률이다. 2003~2016년 월평균 가계 소비지출을 살펴본 결과다. 숫자에서 나타나듯 노무현 정부에서 소비가 가장 활발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저조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생이 악화됐다는 주장이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변명의 여지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집권 1년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변명할 거리가 많지 않다. 세계경제가 글로벌 불황을 벗어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이 소비 진작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드는 ‘개별소비세 인하책’의 효과를 분석해 봤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1번, 이명박 정부는 2번 개소세를 인하했다.

노무현 정부의 결과부터 보자. 개소세를 인하한 건 2004년 3월, 그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월평균 가구 소비지출은 227만원에서 232만원으로 2.2%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개소세를 인하한 2008년 12월과 2012년 9월, 각각 6.3%, 0.6%. 2015년 8월 박근혜 정부에선 2.1% 증가했다. 개소세 인하책이 소비를 촉진하는 데 일조한 건 분명한 셈이다.

문제는 소비촉진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 정권에서 개소세를 인하한 네번 모두 소비 촉진효과가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개소세는 사치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건데, 지속적인 소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그럼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소비심리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집권기간 가계소비가 7.7% 증가한 노무현 정부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은 52.9%에 달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4.7%)와 박근혜 정부(-1.0%)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21.5%와 14.8%로 노무현 정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청년실업률도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청년실업률은 7.2%, 이명박 정부는 7.5%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청년실업률이 9.8%까지 치솟았다. 박근혜 정부의 소비증감률이 ‘마이너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실업률과 소비증가는 ‘역(-)의 관계’를 띠었다.

부동산 정책도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종합부동산세,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을 편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18.7%로 낮아지면서 소비가 증가했다. 반면 DTI를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주거비 부담이 치솟아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는지에 따라 가계소비가 달라진다”면서 “중요한 건 생계부담을 줄이고 소득을 올려주는 건데, 현재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금 인상과 청년실업 해결 등 본질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채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단기적으로 소비를 끌어올리는 미봉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진짜 대책이다. 새 정부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책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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