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대표

이영석(45) 총각네야채가게 대표는 5년 후 지천명에 은퇴해 행복수련센터와 인성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차기 CEO는 구성원 투표로 선임할 생각이다.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CEO라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대표는 “조직에 들어가 질서와 체계를 배워야 창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사진=총각네야채가게 제공]
“경험한 만큼만 보입니다. 그래서 경험해 보기 전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돼요. 설사 다른 사람을 탓하더라도 만나서 그 사람을 직접 겪어 보고 나서 해야죠.” 이영석 총각네야채가게 대표는 “경험의 폭이 곧 삶의 수준인 거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쌓아도 지식으로는 알파고를 이길 수 없습니다. 저 나름대로 열심히 회사를 경영하지만 망할 수도 있겠죠. 파산도, 저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최선을 다해 경영할 뿐 이른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망하는 걸 저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비장의 사업 노하우가 뭔가요? 나름의 ‘영업비밀’을 들려 주시죠.
“우선 고객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총각네 과일은 맛있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줬습니다. 저희가 파는 방울토마토는 일반 토마토 가격의 3.5배입니다. 그런데 그 가격에 먹어본 사람이 아니라 안 먹어 본 사람들이 비난을 해요. 다음으로 비즈니스에 재미를 더했죠. 마지막으로 과일가게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과 이미지를 바꿨습니다. 그냥 가게가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프로의식을 갖고 하는 친절한 과일가게란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해마다 만우절이면 총각네 간판이 처녀네야채가게로 바뀐다. 매장 직원들은 여장을 한다. 고객들이 즐거워함은 물론이다. 화이트데이엔 정장을 하고 사탕을 나눠준다. 국군의날이면 예비역들은 군복을 입는다.

✚ 총각네야채가게의 핵심역량은 뭡니까?
“혹독하리 만큼 빡센 교육과 훈련입니다. 관성적으로 일하는 걸 막기 위해서죠. 입사시키기 전에 우리 회사는 교육이 많다고 미리 얘기합니다. 부지런히 실력을 쌓아 더 많이 주는 회사로 옮기라고 하지만 이직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높은 봉급보다 업무의 자율성을 중시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출퇴근 시간만 지키라고 합니다.”

총각네 본사 직원은 서른명이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직원의 업무 성과를 측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말에 스스로 성과를 평가해 보고하게 할 뿐이다. 정년도 없다. 젊은 회사지만 62세의 중간 관리자도 있다.

✚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돈도 백도 스펙도 없으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요?
“일자리가 없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주제 파악을 못해 그렇지 일자리는 여전히 많아요. 중소기업은 구직난 속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식당들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해 운영이 어려울 정도예요. 저는 자질보다 자세의 문제라고 봅니다. 뽑아 놔도 젊은 친구들이 오래 다니질 않아요. 상위권 대학을 나왔다면야 대기업이나 직원 복지가 잘 돼 있는 회사 또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볼 수 있겠죠. 다수의 젊은이가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이 좋은 대학 나왔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 막상 눈높이를 낮추려면 엄두가 안 날 수도 있을 거예요. 뭐라고 조언을 하겠어요?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아야죠. 사실 엄두가 안 난다는 건 구실이에요. 정말 수입이 절실하면, 벼랑 끝에 서면 할 수 있어요. 부모의 과잉 보호도 문제예요. 나이 서른인 자식을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신용카드까지 쥐여 주면 취업을 하려 들지 않아요. 성년이 되면 스스로 자력갱생하게 해야죠.”

그는 각각 아홉살, 다섯살인 두 아이에게 대학 들어가면 첫 학기 등록금만 들려 내보내겠다고 일찍이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그 등록금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아이들에게 벌써부터 창업을 권한다고 귀띔했다.

✚ 창업하려는 젊은이에게 팁을 주시죠.
“우선 조직에 들어가 질서와 체계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창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그런 과정 없이 창업하는 건 면허증 없이 운전대를 잡는 것과 같아요. 제대로 창업을 하려면 자신이 종사하려는 분야의 조직에 들어가 3~5년 경험을 해야 합니다. 조직 생활을 겪어 보지 않은 대학생에게 창업 지원금을 주는 건 그런 점에서 예산 낭비입니다. 제도를 그런 방향으로 고쳐야 합니다. 또 자신이 창업하려는 분야의 고수를 찾아 멘토로 삼는 게 좋습니다. 전문가에게 배운 후 창업을 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요. 저도 여러 스승에게서 배웠습니다.”

그는 자신도 스물여섯명의 멘토와 교류한다고 털어놓았다. 모 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보려 2년간 무려 1만3000통의 메일을 쓴 적도 있다고 했다. “만나 줄 때까지 100만번도 메일을 보낼 생각을 했는데 2년 만에 만나 지금도 교류합니다. 일이 성사되기까지 내가 할 일, 상대방이 할 일, 하늘이 할 일이 있다고 봅니다. 저마다 내 소관인 내 일을 열심히 해야죠. 성공과 실패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란 없다고 봅니다. 스스로 규정하는 거죠. 사업 하느라 100억을 까먹고도 난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0만원 날리고 실패자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어요.”

✚ 안 맞는 옷처럼 창업이 자신에게 잘 안 맞는 사람도 있잖아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주제 파악을 해야죠. 창업가는 야망이랄까, 도전정신이 강하고 긍정적이라야 합니다. 봉급쟁이가 체질에 맞는 사람, 지휘관형이라기보다 참모형이라면 그에 맞는 교육을 받고 스스로 학습도 해야죠.”
▲ 총각네야채가게는 고객도 직원도 즐거운 회사를 추구한다.[사진=총각네야채가게 제공]
그는 봉급쟁이가 되겠다면 조직문화가 자신과 잘 맞는 곳에 들어가라고 권했다. 중소기업의 조직문화는 오너에 달렸다고 말했다. 총각네야채가게는 고객도 직원도 즐거운 회사를 지향한다. “구성원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만들면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져요. 반대로 리더가 권위주의적이고 분위기가 너무 엄숙하면 조직이 경직됩니다.” 총각네 본사 직원 중엔 회사 회식 참석을 면제 받은 사람이 두명 있다고 한다. 회식 분위기가 편치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18년째 이 회사에 근속 중이다.

그와 교환한 명함에 그의 직함이 야채장사라고 돼 있었다. 뒷면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찌질하게 살지 마라. 죽으면 똥 된다!’ 그는 5년 후 회사 일에서 손 떼고 은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기 CEO는 구성원 투표로 뽑게 할 생각이다. 자신이 지명하기보다 민주적으로 선출할 때 다음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은퇴 후엔 사람들에게 행복에 대해 알려 주는 수련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인성학교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결혼 전 6년 사귄 배우자와 열세곳의 결혼예비학교를 이수했다고 했다. 결혼 후 10년째 같이 살면서 한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아이에겐 경어를 쓴다. 체벌도 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도 경어를 사용한다. 기혼자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연간 5회 회사 부담으로 부부 코칭을 받는다. “인생 최고의 선물은 사람입니다. 좋은 사람과 평생 가는 인연만한 선물이 없어요. 나 스스로도 좋은 선물이 되고, 남들에게 좋은 선물을 소개하고 소개도 받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 묘비명을 어떻게 새기고 싶어요?
“‘참 재미있게 살다 간다.’ 그래서 노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벌이려는 겁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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