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있는 박씨 가계의 달라진 삶

대출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빚에 쪼들리는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 질 수밖에 없다. 2억5000만원의 빚을 끼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 중산층 박승영씨 가계를 사례로 살펴봤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시중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운 계절이다. 이래저래 갚아야 할 빚은 늘어났는데,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침체에 빠진 내수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박승영(가명ㆍ37)씨의 고민도 가계부채다. 2015년 10월 결혼한 박씨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다. 맞벌이를 하던 아내가 임신으로 일을 쉬면서 외벌이로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중소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박씨의 월소득은 311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 도시근로자 2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과 같다.

박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는 통신ㆍ인터넷비(15만원), 교통비ㆍ유류비(27만원), 생활비(60만원), 관리비ㆍ각종세금(27만원), 비정기 지출(15만원), 박씨 용돈(25만원) 등 매월 169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부부의 보장성보험(12만원), 출산을 앞둔 자녀의 태아보험 (5만원), 노후연금(20만원), 적금(20만원) 등을 사용하고 있다. 박씨 월급이 311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85만원이 남아야 한다. 그런데 박씨의 월 흑자액은 17만원에 불과하다. 갚아야 할 빚 때문이다.

박씨는 결혼한 앞둔 2015년 9월 지금 살고 있는 강서구 가양동의 59.76㎡(약 18평)짜리 아파트를 3억7000만원에 구입했다. 당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전국의 집값은 꿈틀거렸다. 결혼 준비가 한창이던 그해 7월 아파트 전셋값이 최초로 2억원을 웃도는 등 전세난까지 최고조에 달했다. 전세로 사는 게 나을지, 집을 사는 게 나을지 고민하던 박씨는 내집을 갖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돈을 빌리기도 쉬웠다. 당시가 아니면 집을 사기 힘들다는 생각에 무리를 하면서까지 내집 장만을 서둘렀다.

실제로 2015년 정부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기준금리도 사상 최저인 1.50%로 떨어져 이자부담이 덜했다. 박씨는 아파트 매입가(3억7000만원)의 70%에 달하는 2억5000만원을 20년 상환조건으로 대출받았다.

벌써부터 들썩이는 대출금리

연이율은 3.02%(7대 시중은행 평균금리) 상환방식은 원금만기 일시상환 방식이었다. 박씨가 매월 갚고 있는 이자는 63만원, 여기에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빌린 신용대출 1800만원(연이율 3.44%)의 이자 5만원도 함께 상환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311만원의 수입 중 226만원을 소비하고 68만원을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박씨의 잉여자금(17만원)이 도시근로자 2인 기준 흑자액 평균인 85만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이유다.

이런 박씨에게 최근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시중금리가 들썩이고 있어서다.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던 박씨 가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시장에선 올 연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의 끝자락 13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에 비상이 걸렸다. ‘빚의 경제’ 부메랑이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출금리 인상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고시한 올 3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일시상환방식) 평균 금리는 3.36%를 기록했다. 박씨가 대출을 처음 받았던 2015년 9월보다 0.34% 상승했다. 당연히 박씨가 갚아야 할 이자는 70만원으로 2015년 대비 7만원 늘었다. 흑자액도 17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었다. 다행히 아직은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금리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때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0.54%만 더 올라도 박씨가 갚아야 할 이자는 70만원에서 81만원으로 뛰어오른다. 이렇게 되면 박씨는 더 이상 흑자 재정을 유지할 수 없다. 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상승한 4.36%로 오르면 10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부부의 보장성 보험을 해지해야 마이너스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 오르면 미래 불안해져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다면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07년 7월 12일 미국 서브프라임 직전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각각 4.75%, 5.25%로 현재 시장이 우려하는 금리 역전현상이 한창이었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24%에 달했고 신용대출금리도 7.33%였다. 박씨가 대출을 받았던 2015년 대비 주택담보대출은 3.36% 이상, 대출금리는 3.85% 이상 높다.

2007년 금리로 계산하면 박씨가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이자는 각각 130만원, 11만원으로 2015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다. 이처럼 금리 변동은 가계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상이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허투루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