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출산ㆍ이사를 앞둔 부부의 재무설계

“거실은 은행…, 안방은 부모님…. 우리 힘으로 마련한 건 방 한칸 정도.” 한 신혼부부의 넋두리다. 은행에서 대출받고, 부모님께 손 벌려 내 집을 마련하고 나니 정작 ‘내 돈’이 들어간 건 방 한칸 정도 밖에 안 되더라는 씁쓸한 얘기다.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의 얘기다. 대출금을 갚느라 또다시 대출을 받는 이들이 많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가계부 관리’ 밖에 없다.

▲ 육아휴직을 앞두고 있다면 소득 재조정부터 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간호사 이은정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달콤한 신혼생활 중이다. 5월이면 사랑의 결실인 아이도 태어나고, 내년엔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결혼 후 일이 술술 풀리는 듯 싶지만 사실 부부는 요즘 고민이 많다. 출산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렇다 할 준비를 하지 못한데다가 아파트 중도금에 대출금 상환까지…. 이를 생각하면 마냥 행복할 수 없다.

두 사람은 현재 임대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월 16만원이라는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는 부부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부부의 소득을 합하면 임대아파트 입주 자격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일부러 미뤄왔다. 그렇지만 5월에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해야 하니 더이상 혼인신고를 미룰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봤고, 내년 5월에 입주 가능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아이’와 ‘집’, 이씨 부부에게 생길 기분 좋은 변화인 동시에 부부가 재무상황을 점검하기로 한 이유다.

계획에 앞서 부부의 가계부를 먼저 살펴봤다. 부부의 월 평균 소득은 590만원이다. 남편 월급이 310만원, 아내 월급은 280만원이다.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으로 월 27만원을 납부하고, 식비는 30만원선에서 해결한다. 교통비는 6만원, 통신비는 평균 20만원가량 나온다. 이씨와 남편의 용돈은 각각 20만원씩이며, 가족모임을 비롯한 회비로 12만원씩 지출한다. 보장성 보험료도 55만원 납입하고 있다.

부부는 매달 190만원을 정기적으로 지출하고 있다. 비정기 지출 54만원을 포함해도 이 부부의 지출구조는 단순하다. 더구나 부부의 통장엔 비상자금 7000만원이 쌓여 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받은 대출금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부부가 내년 입주하게 될 아파트 가격은 2억8400만원. 양가 부모님이 1억원을 보태주신 덕분에 부담을 덜긴 했지만 1억8400만원은 갚아야 할 돈이다. 이 돈은 30년 원리금 상환으로 생애첫내집마련 대출(3%)을 이용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월 78만원이라는 새로운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월 소득 계산도 다시 해야 한다. 이씨는 출산을 하면 1년간 휴직을 할 계획이라서다. 5월까지의 280만원이던 이씨의 월소득은 6월부터 육아휴직급여(50만원)와 양육수당(20만원)으로 대체된다. 이를 평균값으로 계산하면 올해 이씨의 월 평균 소득은 280만원에서 158만원으로 줄어든다. 부부의 소득도 590만원이 아닌 468만원(남편 310만원+아내 158만원)이 되는 거다.

월 소득 조정부터 다시

이제 부부는 월 소득 468만원에서 평균 지출 190만원과 비정기 지출 54만원, 여기에 새롭게 발생하는 대출금 상환액 78만원까지 뺀 146만원으로 한달을 생활해야 한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기 힘든 여유자금이다.

부부에게 가장 먼저 청약(2만원)을 추천했다. 나중에 추가로 대출받을 일이 생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들어갈 목돈 마련을 위해선 50만원씩 납입하는 저축은행의 1년 단기적금을 선택했다. 정부에서 양육수당을 20만원씩 받게 되지만 그것으론 부족해 월 평균 20만원 선에서 아이 양육비를 지출에 포함하기로 했다.

두 사람의 노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간호사인 이씨는 사학연금을 받게 되지만 남편이 받을 연금은 충분하지 않다. 이것은 연금저축(30만원)과 AB글로벌 연금펀드(20만원)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럼 122만원의 지출이 추가돼 146만원에서 이제 24만원이 남는다. 이 돈은 육아에서 발생할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여유자금으로 두기로 했다.

부부에겐 7000만원의 비상자금도 남았다. 이 돈은 5월 예정인 출산자금(500만원)과 3년 후 교체할 자동차 구입비용(4500만원)으로 쓸 계획이다. 내년에 새 아파트로 이사할 때 들 이사비용도 비상자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아이가 대학을 들어갈 때쯤 1억원의 여윳돈도 마련해 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당장 계획을 세우기보다 남는 비상자금으로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

비상자금에 여유자금까지 차곡차곡 쌓이면 대출금 상환을 앞당길 수 있는데다가 이씨가 1년 후 복직을 하면 소득도 다시 올라가기 때문에 한결 여유롭게 먼 미래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두 사람 앞에 놓인 출산과 이사라는 큰 산을 지혜롭게 넘는 게 먼저다.
천세이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http://blog.naver.com/gonygo3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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