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현주소 분석해보니…

숱한 구조조정에도 조선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업황은 여전히 쌀쌀하고, 수주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봄바람도 솔솔 불어온다. 디폴트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업황이 ‘회복 사이클’로 진입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조선산업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짚어봤다.

▲ 올해 조선산업의 회복세를 예상하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하반기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끈 업종이 있다. 조선산업이다. 업황 침체, 실적 부진 등으로 구조조정 1순위 산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선 업종은 투자자에게 별다른 변곡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업황은 침체를 거듭했고, 조선사의 실적도 개선 기미를 띠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조선산업의 회복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첫째, 디폴트 가능성이 낮아졌다. 국내 조선사는 정부에 약속한 자구안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 냈다. 자산 매각을 시작으로 인력 감축,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운전자금을 충분하게 확보했다.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 장기불황을 뚫을 수 있는 내성을 갖추려 애썼다. 해양사업 부실에 따른 어닝쇼크 가능성도 낮아졌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던 프로젝트 대부분을 인도한 덕분이다. 최근 수주 사업은 정부와 기업이 타당성을 엄밀하게 평가해 손실 가능성을 낮췄다.

둘째, 업황 회복 사이클이 도래했다. 무엇보다 상선 부문의 개선 시그널이 뚜렷하다. 벌크선 운임을 대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일 1196포인트를 기록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지난해 2월 290포인트 대비 300% 이상 반등했다.

BDI의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올 상반기 BDI지수는 조선산업의 호황기인 2011년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보수적으로 지금의 절반 정도만 상승세가 이어져도 수주 절벽이 발생하기 전인 2013년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박별 운임지표도 긍정적이다. 가스선 운임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탱커선은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지만 운임지표 대비 발주는 활발한 편이다. 해양플랜트 수주에도 청신호가 울리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오일메이저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50달러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일메이저가 해양플랜트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FPSO(부유식 원유 생산ㆍ저장ㆍ하역 설비)와 FPU(부유식 해양 생산설비) 발주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대보다 우려가 큰 조선산업

하지만 ‘기대가 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전세계 시추선의 45%는 일거리가 없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는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수주절벽을 기록했던 2015년과 2016년 같지는 않다는 건 확실하다. 해양플랜트에 봄바람이 부는 것만 봐도 그렇다. 대외환경도 나쁘지 않다.

일본은 수주 잔고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실은 부실하다. 기존 수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수주 잔고가 줄어들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2016년부터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발주 물량의 68.2%가 내수 물량일 정도다. 자국 해운업계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단되면 지금의 수주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성기와 비교하면 조선업은 여전히 형편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과거와 비교해 현재 상황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최근의 모습은 분명히 ‘턴어라운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삼성중공업의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 수주도 개선되고 있다. 이는 조선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조선업의 현재를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는 이유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insightjm@capefn.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