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괜찮나

▲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규모는 9400억원이다. 상환 가능성을 두고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올해 9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상환할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마저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최근 신규 수주에 성공했지만 상환액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대우조선해양, 어디로 갈까.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경제위기가 올 4월 우리나라를 덮칠 수 있다.” 4월 위기설이 경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조기 대선 등 4월에 몰려 있는 각종 이슈가 한국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거다.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두고는 전문가들도 갑론을박을 펼친다. 한편에선 “예측가능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면서 일축한다. 다른 한편에선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안 된다”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치받는다.

대우조선해양 위기설도 한국경제를 위협할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44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가 4월 21일 만기를 맞는데, 신통찮은 자금사정 탓에 상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 위기설을 부추긴다. 4월 만기 회사채 상환에 성공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7월과 11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7월, 11월 만기인 회사채를 어차피 갚지 못할 상황이라면 4월 회사채를 애써 상환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9400억원은 11월까지 상환해야 할 총 금액이지만 4월 위기설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는 결국 4월에 결정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 가능성 낮아

주목할 점은 대우조선해양이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법정절차를 밟으면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치느냐는 거다. 대우조선해양의 법정관리에 따른 손실액(익스포저)은 약 3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조원 규모의 수주잔량이 백지화되고, 협력업체가 입을 손실 등을 모두 감안한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시 감당해야 할 익스포저는 57조원에 달했다”면서도 “하지만 남은 수주를 이행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 약 34조원 규모로 손실폭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올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다면 올해도 20조원가량 추가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할 점은 또 있다. 수출입은행이 입을 경제적 타격이다.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발급한 선수금환급보증(RG조선사가 선주와의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거나 파산했을 때 금융사가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는 보증제도)이 9조~1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이 파산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될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만의 위기로 끝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금을 투입해야 할까.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다. 지난해 4조2000억원을 투입한데다 추가자금을 투입할 만큼 업황이 밝은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한영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 망한다고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 의문”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대우조선해양만의 얘기는 아니다. 정리해야 할 기업은 빠르게 정리하는 편이 낫다. 가망이 없는 곳에 산소호흡기를 계속 붙여주다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하면 손실액이 상당하겠지만 추가자금 지원 등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이 자구안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공산이 크다는 건데,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이 스스로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자금 상황을 살펴보자.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남아있는 수주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인도금은 약 10조원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예상 운영비가 10조원에 달해 이를 회사채 상환에 쓸 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건 유동자금 5000억원가량과 지난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잔액 3800억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유동자금 5000억원은 담보가 걸려 있어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금액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종합하면 회사채 상환에 쓸 수 있는 자금은 5800억원이고, 9400억원의 회사채를 모두 상환하려면 3600억원을 충당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추가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 웰리브 매각, 부동산 자산 매각, 인도금 조기수령 등이다. 여기에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과의 드릴십 계약(인도금 약 1조원)을 올 하반기 안에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신규 수주는 반길 일이지만…

그나마 희망적인 건 지난 2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2척, 지난 8월 계약이 취소됐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의 인도계약이다. 두 건의 계약규모는 각각 4144억원, 1800억원. 통상적으로 전체계약금의 10~20%를 선수금으로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594억~1188억원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에 따르면 VLCC는 올 3분기와 4분기에 1척씩 인도할 예정이다.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18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추가 조달해야 할 금액인 3600억원엔 미치지 못한다. 새 수주계약에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줄 은행을 찾아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떠맡고 있는 손실이 여전히 큰 데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용평가등급마저 크게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를 무사히 넘기면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면서 “올 4월은 대우조선해양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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