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작된 도시’ 後日譚
‘조작된 도시’는 강추(강력추천)까진 아니더라도 ‘볼만해’ 정도다. 볼만하다는 근거는 이렇다. 첫째, 기대를 많이 하고 본 작품이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실망이 덜했다. 지창욱, 심은경, 오정세 등 연기파 배우가 출연하지만 ‘최강 캐스팅’이니 ‘호화 캐스팅’이니 하는 홍보 문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배우에 기대 요란한 홍보를 일삼는 영화보다는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은 편이다.
박광현 감독이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조작된 도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실이 아닌 조작된 세계일 수 있다고 분노하는 영화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백수 ‘권유(지창욱)’는 게임 세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백수 그 자체다. 어느 날 우연히 PC방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달라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게 되고 이후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모든 증거는 짜 맞춘 듯 권유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권유의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인 ‘여울(심은경)’은 이 모든 것이 단 3분 16초 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됐음을 알게 된다. 온라인 게임 멤버들은 모여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조작된 세상에 짜릿한 반격을 한다.
영화에선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계급 사회의 모순도 엿볼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재벌과 같은 사회 권력자들이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서민들에게 자신의 살인죄까지 덮어씌운다는 설정을 통해 돈과 권력, 또 다른 계급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등장인물도 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인물 민천상(오정세). 변호사인 그의 얼굴엔 사회성 결여의 원인이자 열등감의 표식인 큰 반점이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이 시대의 지식인이자 조작의 실행인. 그는 곧 죄책감 없는 현대인이자 우리 사회가 만든 괴물이고, 가해자다. 가해자가 피해자처럼 보이고 피해자는 가해자로 둔갑하는 조작이 난무한 이 사회의 민낯이 민천상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민천상의 파멸은 권선징악, 해피엔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민천상을 만든 이 사회는 그대로 살아있다.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유유히 사라진 사무장(이하늬)처럼 말이다.
권세령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christine@thescoop.co.kr
권세령 문화전문기자
christine@thescoop.co.kr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