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後 5가지 관전포인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됐다.[사진=뉴시스]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삼성그룹 창사 이래 최초의 일이다. 기세가 조금씩 꺾여가던 특검은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특검 연장론에 힘이 실린다. 반면 삼성그룹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다. 삼성전자가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재용 구속 후 5가지 관전포인트’를 살펴봤다.

사법부가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걸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측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총수가 구속된 건 창립 79년 만에 처음이다.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도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결과가 유죄든 무죄든 구속은 피해갔다. 잘못을 하고도 구속은 면하는 게 관례였다는 얘기다.

이번엔 달랐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와 얽히면서 빠져나갈 구멍이 예상보다 작아졌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는데도 정경유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삼성을 향한 국민적 비판도 컸다. 온도 차이는 있지만 정치권이 이 부회장 구속 발표 직후 크게 엇갈리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창사 79년만에 총수 구속

정치권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측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1월 19일 구속영장 청구 기각 결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여당이었던 바른정당 역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건 아니지만 구속사유가 인정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도 특검 대면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의당 측은 “이재용 구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죄에 걸맞은 구형과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자유한국당도 “한국경제가 위축될까 안타깝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삼성그룹 측은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도 피의자 신분이 될 처지에 놓여서다. 삼성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없지 않다는 거다.

당연히 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AP통신은 “한국 법원이 대규모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삼성 후계자의 구속을 승인했다”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 재계에 충격을 줄 것 같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민심은 재벌을 강하게 응징하는 것이고, 법원은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갤럭시 노트7 발화 이슈보다 더 큰 악재와 맞닥뜨렸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의 구속이 세계 경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살펴볼 관전포인트는 크게 다섯가지다.

■관전포인트➊ 이번엔 왜 구속됐나 = 먼저 주목할 것은 1월 19일에는 기각됐던 구속영장이 왜 이번에는 인정됐느냐다. 앞서 밝힌 것처럼 법원이 밝힌 이유는 수사자료가 보강됐다는 거다. 2월 14일 특검이 법원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제출한 수사자료는 1월 12일 첫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보다 2배가량 많다. 혐의가 추가돼서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와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총 5가지다.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이 추가됐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 소유의 독일 현지법인 코어스포츠에 돈을 송금하면서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재산국외도피로 봤다.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매각 과정에는 범죄수익은닉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삼성SDI는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공정위는 당시 삼성SDI가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내부 결론을 내렸지만, 처분 규모는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특검은 청와대가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들의 추가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구속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과 공정위 서기관의 업무일지를 확보, 1차 구속영장 신청 때보다 부정청탁의 대가성을 입증할 근거가 더 탄탄해졌다”고 밝혔다.

■관전포인트➋ 혐의 입증되면… = 추가된 수사자료 덕분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 특검이 제출한 자료들 가운데 일부는 확실한 물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연장에 동의해야 가능한데, 아직까지 황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을 두고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야4당(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이 힘을 합쳐 이미 발의된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서라도 특검을 연장할 것이라고 황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특검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릴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청와대 압수수색영장을 받은 특검은 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청와대 측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와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 물건을 둔 관공서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나 해당 관공서의 승낙이 필요한데, 청와대가 불허한 거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 중 하나인 뇌물수수 입증을 위해서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특검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을 이끈 특검의 수사자료들이 재판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돼 이 부회장의 유죄판결로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옛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일어날 수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인해 옛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약 1조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근거가 있다. 국민연금은 합병 당시 내부 자문기관의 합병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합병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이 나온 건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지분(4.8%)보다 삼성물산 지분(11.2%)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자체 계산에 따르면 손해핵은 약 3400억원이다. 게다가 옛 삼성물산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은 22.06%로 국민연금의 지분율보다 2배가량 많다.
결국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피해액과 국민이 주인인 국민연금의 피해액을 합하면 1조원이 넘는다는 거다. 물론 아직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유죄가 입증된다면 집단소송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삼성물산 주주 손배소 가능성

둘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무효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의 옛 주주인 일성신약은 2016년 2월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무효라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2월로 예정돼 있던 판결을 미루고, 올해 3월 20일을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법원이 특검의 수사결과를 참고하려 한다는 얘기다. 물론 실제로 합병이 취소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현재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를 다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손에 넣으면서 가장 큰 이득을 챙긴 이가 이 부회장이다. 합병이 무효화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도 날아갈 수 있다. 그러면 경영권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관전포인트➌ 풍전등화 삼성 = 어찌 됐든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창사 이래 최초로 ‘경영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경영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미뤄진 12월 정기인사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조직개편 이전에는 신입사원 공채도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식화 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과 12월 삼성쇄신안으로 약속한 미래 전략실 해체도 언제 시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변경하거나 핵심 부서를 해체하는 건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신성장동력 꼽은 바이오ㆍ자동차 전장사업ㆍ금융 등 신사업 추진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 80억 달러(약 9조1600억원)의 역사상 최대 규모 거래로 주목받은 미국 전장부품기업 하만(Harman) 인수ㆍ합병(M&A)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수 구속이라는 부정적 뉴스가 M&A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 관전포인트➍ 산적한 문제들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쇼크를 수습하지 못했다. 이 충격파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7.7%로 곤두박질쳤다. 점유율 17.8%를 차지한 애플에 0.1%포인트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다. 더 참담한 건 아시아ㆍ태평양 시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1위를 지키다 4분기에는 단숨에 5위로 밀렸다. 중국과 인도, 호주를 아우르는 최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신제품 갤럭시S8이 올해 4월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품질 논란’을 확실히 풀지 못하면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시장 환경은 치열하다. 경쟁자 애플의 존재감은 더욱 세졌고, 후발주자의 추격은 매섭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한 축인 가전시장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뚜렷해지면서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세무조사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삼성전자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재계의 시선은 다르다. 이번 조사가 일반 세무조사보다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진 ‘교차 세무조사’라서다.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사를 맡았다. 교차 세무조사는 지역 기업이 지역 세무당국과의 유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다른 지역의 지방청에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2011년 세무조사 때에도 교차 세무조사를 받았고 4700억원의 추징조치를 받았다.

■관전포인트➎ 특검의 행보 =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특검의 행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입지가 탄탄해졌다. 무엇보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론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오는 28일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둔 특검팀은 16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을 1개월 연장을 요청했다.

특검의 수사 확대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다른 대기업으로 가는 활로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CJ, SK의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부회장에게 ‘뇌물죄’ 혐의를 안기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예봉도 다시 세웠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으로 1석3조의 효과를 거뒀다”면서 “수사기간 연장의 명분을 얻었음은 물론 박 대통령과 대기업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덕ㆍ강서구ㆍ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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