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세계 각국 비관세 통계 보니…

19세기, 세계 열강이 힘없는 작은 나라 조선을 에워쌌다.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훌쩍 흐른 지금, 작은 나라 ‘대한민국’은 또다시 세계 각국의 협공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신들의 잇권을 위한 보호무역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거다. 과장된 말이 아니다. 2012년 6월 이후 각종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 세계 각국의 비관세 규제가 감소했지만, 대한對韓 비관세 장벽만은 높아졌다.[사진=아이클릭아트]

글로벌 무역은 자유무역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대립을 통해 발전했다. 자유무역주의의 이론적 근간은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 발표한 ‘비교생산비 이론’이다. 리카도는 생산비가 싼 상품을 수출하고 자국보다 싸게 생산된 상품을 수입하면 모두가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생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는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 각국의 경제가 좋아진다는 얘기다.

자유무역은 관세인하, 수입제한 폐지 등이 이뤄진 19세기 급물살을 탔다. 이후 1947년 미국을 비롯한 23개국이 무역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관세와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GATT), 이른바 ‘제네바 관세협정’을 체결하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를 대체하면서 자유무역은 글로벌 교역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자유무역이 득세하는 동안 보호무역 옹호론이 설득력을 잃은 건 아니다. 경제발전이 늦은 후진국으로선 선진국과의 무역이 도움이 될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자칫 경제적 존속관계가 심화하면 국가의 자율성도 위협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어느 것이 국가에 더 큰 도움을 줄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유무역이 유리하다. 자유무역 시스템은 기업의 무한 경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자신들의 산업 경쟁력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자유무역주의를 따르는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하는 이유다. 문제는 어떻게 무역을 보호하느냐인데, 관세인상 등 직접적인 규제는 쉽지 않다.

WTO는 외국이나 외국기업의 공정 또는 불공정 무역으로 자국 산업이나 기업이 피해를 받았다고 인정될 때에 한해 ‘명시적으로 규정된 관세 또는 비관세’ 조치를 발동해 피해를 복구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비관세 장벽(NAB)을 강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관세 장벽을 강화한다는 것은 국산품과 수입품을 달리 취급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국산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규제한다거나 위생ㆍ검역 검사를 까다롭게 만들어 채소ㆍ과일ㆍ육류 등의 수입을 금지ㆍ제한하는 건 비관세 장벽을 두껍게 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전세계 비관세 장벽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최근 비관세장벽 강화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7월~2016년 6월 전세계적을 이뤄진 비관세조치는 4652건으로 이전 4년(2008년 7월~2012년 6월)의 4836건보다 3.8% 줄었다. 유형별로 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위생검역이 3293건으로 12.2% 감소했다. 비관세장벽이 이전보다 얇아졌다는 거다.

2012년 6월 이후 달라진 판도

하지만 이런 추세가 유지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국가로 확산될 경우 비관세 장벽은 또다시 두꺼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국가의 비관세 장벽이 약해질 때에도 한국을 타깃으로 한 비관세 장벽은 되레 두꺼워졌다는 데 있다.

실제로 2008년 7월~2012년 6월 65건에 불과했던 세계 각국의 대한對韓 비관세 조치는 최근 4년(2012년 7월~2016년 6월)간 134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이전엔 건수가 없었던 위생검역 항목이 2008년을 기준으로 크게 증가했고 반덤핑 조치는 2008년 7월~2012년 6월 7건에서 2012년 7월~2016년 6월 105건으로 무려 84.2% 증가했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국가의 견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대한상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한국에 비관세 조치를 가장 많이 한 국가는 미국이 24건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인도(16건), 호주(14건), 브라질(12건), 캐나다(8건) 등이 뒤를 이었고 중국ㆍ일본ㆍ유럽이 각각 3건, 2건, 2건을 기록했다. 

▲ 무역분쟁이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트럼프가 등장한 이후 글로벌 국가의 보호무역주의는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중국ㆍ멕시코ㆍ일본ㆍ독일 등의 국가를 겨냥한 보호무역정책을 현실화하고 있다. 당연히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277억 달러(약 31조7469억원)에 이르는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특히 주변국들의 대한對韓 감정이 썩 좋지 않다. 중국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를 빌미로 화장품ㆍ여행 등 소비재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ㆍ폴리실리콘(태양전지 원재료)을 비롯한 주력산업까지 비관세조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근거로 통화스와프를 취소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

보호무역 풍파 막을 수 있나

국가 간 통상마찰은 개인이나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정부의 일이다. 한국에 집중된 주요국의 보호무역 장벽을 부수는 것은 정부의 정책과 외교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의 외교적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반성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세계 무역 상대국 중 유독 한국을 압박하는 건 우리 정부의 무능한 외교력 탓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하루빨리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정치ㆍ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안으로는 내수 시장을 확대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견고한 내수시장은 보호무역 조치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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