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로보어드바이저 허와 실

▲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금융사들이 로봇이 알아서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를 서두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일부 투자자들은 추세에 뒤처질까 조바심을 낸다. 하지만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검증시간은 더 필요하다.

지난해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금융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펀드를 속속 출시하고 상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산관리 방식을 의미한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는 소비자에게 유용한 측면이 많다. 일단 차별 대우가 사라진다. 지금껏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의 자산은 최고급 수준의 펀드매니저들이 관리해왔다. 금융사의 ‘중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액투자자는 일면식도 없는 펀드매니저에게 자산을 맡기면서 눈치까지 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인공지능은 그런 차별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다. 대박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꾀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이런 전략을 쓰려면 자산운용 수수료를 줄여야 한다. 아무래도 사람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수수료는 더 저렴해질 것이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콤은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센터’를 개설하고 35개 금융사가 참여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시험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펀드상품에 믿고 투자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일례로 지난해 모 언론사가 개최한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대회를 보자.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ㆍBrexit) 당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수익률은 일반 펀드매니저들이 운영하는 펀드와 마찬가지로 하락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아직 우리가 생각하는 알파고는 아닌 셈이다.

물론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펀드 수익률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보다 하락폭이 적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손실폭만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이 발달하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성능은 더 좋아질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싸고,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으며, 외부충격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를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그 전까지 로보어드바이저는 수익률의 극대화보다는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는 ‘리스크 컨트롤 펀드매니저’ 정도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더구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아직 운용 기간이 짧아 내부 알고리즘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검증이 되지 않았다. 알고리즘을 주기적ㆍ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할 독립적인 기관도 정해지지 않아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상품은 홈쇼핑처럼 ‘15일 이내 환불’이 안 된다. 시스템이 다 완비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예외일 순 없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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