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목계木鷄 같아야 최강의 싸움닭이 된다.”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의 내용이다. 나무로 만든 닭처럼 흔들림이 없어야 싸움에서 패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목계처럼…’은 대통령 탄핵을 심판하고 있는 헌재 위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인 듯싶다. 탄핵을 둘러싼 논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탄핵정국이 더 복잡해졌다. 헌재의 공정한 탄핵심판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일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헌재의 결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받을 게 분명하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우리나라의 역사가 소용돌이 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시위가 촛불시위에 맞불을 놓고 있어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탄핵심판을 맡은 헌재 위원들의 언행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는 막중한 역할을 어깨에 짊어진 헌재 위원들에게 나무로 깎아 만든 닭, 목계木鷄를 전달하고 싶다. 정유년丁酉年이 닭의 해라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먼저 장자莊子의 달생편에 나오는 목계지덕木鷄之德의 내용을 살펴보자. 기원전 8세기 주나라 왕은 신하인 투계조련사에게 용맹한 닭을 구해 최강의 싸움닭으로 조련하도록 명령했다.

얼마 후 왕은 물었다. “이제 최고의 싸움닭이 됐는가?” 조련사는 답했다. “멀었습니다. 힘이 세고 강하지만 교만한 심성을 갖고 있어 허점이 많습니다.” 얼마 후 왕은 다시 물었다. “이제 쓸 만한가?” 조련사는 “멀었습니다. 교만함은 없어졌지만 상대방의 소리에 너무 조급하게 반응해 쉽게 흥분 합니다.”

얼마 후 왕은 또 물었다. “이제 최고의 싸움닭이 되었겠지?” 조련사는 “아직 덜 되었습니다. 조급하고 쉽게 흥분하는 성미는 고쳤지만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

얼마 후 왕은 또 물었다. “아직도 멀었는가?” 조련사는 “이제야 최강의 싸움닭이 됐습니다. 교만함을 버리고 겸손해졌으며 상대방이 아무리 위협하는 소리를 질러도 반응하지 않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초리도 평정심을 찾아 나무로 깎아 만든 목계같이 되었습니다. 이 목계 같은 싸움닭이야말로 천하무적이고 어느 닭이라도 이 목계를 보기만 해도 고개를 숙이고 부리를 감출 것입니다.”

불철주야 탄핵심판에 매달려 있는 헌재 위원들은 유무형의 압박과 시름에 사로잡힐 것이다. 촛불시위의 민심, 보수집회의 아우성, 특검수사 결과, 소추권자와 대통령 변호인의 공방,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치권의 갑론을박 등이 위원들에게 부담을 줄 게 분명하다.

헌재 위원들도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 위원들이 ‘목계’와 같은 마음을 갖는다면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목계처럼 교만함을 버리고, 자신이 최고라는 잠재의식을 버려야 한다. 둘째, 목계처럼 촛불시위든 태극기시위든 어떤 목소리에도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사건의 실체에 집중해야 할 때다.

셋째, 목계처럼 심판 대상자를 향한 공격성을 버려야 한다. 사건기록을 훑다보면 분개심이나 동정심을 공유할 수 있으니,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다. 넷째, 목계처럼 카리스마를 품은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통령의 탄핵을 심판하는 헌재 역시 ‘역사의 심판대’에 섰다. 목계처럼 공정심과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후세의 역사가들은 헌재를 혹평할 것이다. 헌재 위원들이 ‘목계처럼…’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하는 이유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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