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었지만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사진=뉴시스]
바짝 추격해야 할 상황인데, 고삐가 풀렸다.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의 현주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고삐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정책이 부재한 탓이 크다. 국내 전기차 산업에 필요한 정책을 꼽아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6년 한해에 팔린 전기차는 약 5000대로 지난 10년간의 보급양보다 많다. 하반기엔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고, 그 결과가 차츰 나타나고 있다. 보급을 책임진 환경부와 전기차 연구개발(R&D) 활성화를 담당한 산업통상자원부가 나름 역할을 다한 결과다. 일부에서는 주먹구구식 정책이나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전보다 한단계 더 도약했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의 발전 속도는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량이 100만대에 이른 반면,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5000여대에 불과할 정도다. 우리나라가 전기차 산업의 활성화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이유다. 미풍微風에 불과하던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더구나 자동차 산업은 한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나서 전기차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기차 정책을 펼 때 가장 신경써야 할 점은 무엇일까. 크게 세가지다. 첫째,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정책을 펴야한다.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만큼 4~5년 전의 정책이 지금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완속 충전기로 10시간 이내에 충전이 완료돼야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환경부 정책은 대표적 사례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지원 요건을 낮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뚱 맞은 정책임에 분명하다.

보조금 지원의 불균형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15~25인승 버스, 마이크로버스, 이륜차, 전기 농기계 등은 여전히 보조금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기 차종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 승용차만 고수하는 건 구태다. 농기계부터 대형 건설기계까지 산업 전반에서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친환경차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노후 디젤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자, 정부는 ‘노후 디젤차 폐차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폐차 이후 디젤차를 다시 구입해도 개별소비세 면제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후 디젤차를 폐차해도 또 다른 디젤차가 양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환경차 인센티브를 늘려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친환경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이유다.

인센티브 늘려 전기차 구입 유도해야

셋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개발 욕구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의무적으로 친환경차 생산ㆍ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위험성이 높다. 의무 할당된 전기차가 판매되지 않을 경우 직원에게 강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가 R&D 비용을 지원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전기차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다.

전기차 정책을 펼 때는 전체를 봐야 한다. 소비자에겐 구미가 당길만한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고, 업체에는 전기차 개발ㆍ판매를 촉진할 당근을 줘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컨트롤 타워가 없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세계적 흐름에서 뒤처진다. 최악의 악수惡手만은 피해야 할 시점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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