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하기의 원칙

▲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을 받았지만 포장을 뜯고 나서 실망한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그것은 본인에게 별로 필요가 없는 선물이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였을 것이다. 무릇 선물이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어떤 선물이 좋은 선물일까.

대개 선물은 상대에게 호감이나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건넨다. 이미 받은 어떤 혜택이나 대우에 감사를 표하는 수단으로 선물을 하거나 생일이나 졸업,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선물하는 예도 있다. 요구하는 대가가 상당히 노골적인 선물(뇌물)도 있다.

목적이야 어찌 됐든 선물을 건네는 사람은 받는 이의 호감을 원한다. 그렇다면 어떤 선물이 좋을까. 첫째,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선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를 잘 알 필요가 있다.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평소 어디에 돈을 아끼지 않는지를 잘 살펴보면 그에 맞는 선물을 할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평소에 갖고 싶어 하던 것 중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 사고 있는 것을 선물하면 가장 좋다. 하지만 선물 받는 사람의 선호와 취향을 아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받고 싶은 선물을 조사하면 1위를 현금이나 상품권이 차지하는데, 문제는 현금이나 상품권에서는 정말 원하던 것을 받았을 때의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는 거다.

선물하기의 둘째 원칙은 해당 카테고리에서 가장 좋은 물품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렴한 스카프보다 고급 손수건이 낫다. 선물의 등급은 받는 사람에 대한 주는 사람의 평가를 반영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것 두개보다는 큰 것 하나를 주는 게 낫다. 두개의 선물을 받았을 때 받은 사람은 두개의 평균가치로 선물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10만원짜리 두개보다 20만원짜리 선물의 가치를 더 크게 인식한다는 말이다. 다양성이 중요한 품목의 경우 예외일 순 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도 있다. 바로 선물의 가치에 대한 평가다. 주는 사람은 선물 구입가격에 자신의 정성과 성의를 더해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받는 사람은 대개 선물의 가치를 실용성으로 판단한다. 내게 얼마나 필요하고 어울리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가치를 평가한다.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이런 가치평가의 괴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인간관계가 허물어지기도 한다. 다른 관계에서도 늘 그렇듯 내가 줬던 것보다 덜 받는다고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명절과 졸업시즌을 앞두고 어떤 선물을 사야할지 고민하거나 어떤 선물을 받게 될지 기대하는 사람들은 이런 부등가의 원칙을 감안해야 한다. 주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선물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할 선물을 골라야 한다. 선물을 고르기 전에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가 진정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형편상 고가의 선물을 살 수 없다면 본인의 정성과 호감을 증명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인의 마음이나 선물의 의미를 손수 적은 카드를 넣을 수도 있다.

받는 사람은 선물의 가격이나 실용성보다 주는 사람의 정성과 호감을 음미하도록 해보자. 수많은 사람 중에 나를 기억하고 선물을 한 사람은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려는 사람이며, 나와의 관계를 따뜻하게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이다. 마침 마지노선을 정한 새로운 법도 만들어졌고 하니 서로 부담스럽지 않은 작고 따뜻한 선물을 많이 나눌 수 있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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