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포토]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히는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1월 18일부터 2월 12일까지 명동 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원나라 기군상의 원작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015년 초연해 호평 받은 바 있다.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2017년 첫 작품으로 극공작소 마방진을 이끌고 있는 고선웅이 각색ㆍ연출을 맡았다.

이야기는 중국의 장군 도안고가 권력에 눈이 멀어 적수인 조씨 가문 300명을 처단하면서 시작된다. 조씨 가문의 문객 정영은 마지막 핏줄인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식과 아내를 희생시키는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정영은 조씨고아를 자신의 아들로 삼고 20년간 복수의 씨앗을 품는다.

조씨고아가 장성하자 정영은 참혹했던 지난날을 고백하며, 자식을 죽인 도안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한다. 마침내 정영은 조씨고아를 통해 복수에 성공하지만 밀려드는 공허함에 괴로워한다. 작품은 비운의 필부 정영의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14세기 고전에서 드러나는 복수의 공허함과 덧없음의 정서는 오늘날 대한민국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원작자의 나라에서 호평받아

2015년 첫 공연 이후 동아연극상 4관왕, 대한민국연극대상 3관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베이징北京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중국 관객들에게 소개되며 중국 고전의 재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중국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양션은 “중국 극장에서 중국 이야기로 중국 관객을 정복했다”고 평했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장엄함에 재치 있는 대사를 더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연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절절한 연기를 선보인 정영 역의 하성광 등 초연 출연진이 그대로 함께한다.
한편 고선웅 연출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극뿐 아니라 뮤지컬, 창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참여해온 고 연출은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 만들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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