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엿본 식품시장의 미래

▲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올해 2조원, 2021년엔 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사진=뉴시스]
둔화되는 인구성장 그래프, 초고령화로 진입하는 사회, 늘어나는 1인 가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은 일본이 먼저 경험한 것들이다. 일본 시장을 쫓아가보면 우리 식품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답은 간단하다. 모든 게 꺾여도 가정간편식만은 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음식료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대지진 이후 유통산업의 주도권은 편의점으로 이동했고,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했다. 그러다보니 음식료 업체들도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ㆍHMR) 판매를 늘리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변화는 2011년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음식료 업계에서 일어났다. 1990년대 중후반 115조엔(약 1173조원)까지 성장했던 일본 식품산업은 이후 둔화세로 돌아섰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 성향이 ‘저가형’으로 바뀌었고,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밥을 먹는 ‘내식’ 인구도 늘었다. 그러자 시장 자체의 볼륨이 감소하고, 평균가격도 하락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견인한 변화는 1990년대 후반의 재판再版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것이 아니다. 음식료 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 주식시장에선 이상한 변화가 포착됐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음식료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1999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2.1%에 불과했던 음식료 기업의 시가총액은 점점 늘어나더니 올해 현재 7.0%까지 올라섰다. 이런 역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음식료 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시장이 제품 개발력을 갖춘 상위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음식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에 나선 것도 영향을 줬다.

내수시장에서의 변화도 가치상승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음식료 기업들이 HMR의 가파른 성장세에 발빠르게 대응한 거다. HMR을 강화해 급성장한 냉동식품업체 ‘니치레이’와 소스제조업체 ‘큐피’가 대표적인 예다.

“식품산업 중 가장 빨리 성장”

일본 식품시장에서 HMR은 여전히 성장세다. 지난해 기준 전체 식품시장에서 HMR의 비중은 13.1%였다. 우리나라 전체 식품시장에서 HMR은 아직 1.1%에 불과하지만 성장속도는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3% 성장해 2조원대를 이루고 전망도 밝다.

전문가들은 2017년 이후 HMR이 연평균 28.6% 성장해 2021년에는 7조원대 시장을 이룰 거라고 전망한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HMR시장이 성장하는 요인으로 경제성장 둔화,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고령화 등을 꼽는다”면서 “이런 조건을 대입해 봤을 때 우리나라 식품산업 중 가장 빨리 성장할 카테고리는 HMR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HMR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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