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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여러 차례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피땀을 흘려 내 가게를 만들었다. 현행법에 따라 건물주가 뭐라 해도 5년 동안 내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6년째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건물주가 ‘내 가게’를 비워달라고 말한다. 자신이 운영하겠다는 게 이유다. 난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현행법은 뭐가 문제일까.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자영업 공화국이다. 그러다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간 법적 분쟁이 적지 않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약칭 상가임대차법)은 2001년 제정된 이래 12차례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더 많이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5월엔 임대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권 행사로 임차권을 침해받거나 권리금 회수 기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많은 ‘사장님(임차인)’들이 법률사무소를 찾아온다. 왜 그럴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건 개정법이 ‘계약갱신 요구권’을 5년까지만 인정하고 있다는 거다. 계약갱신 요구권은 쉽게 말해 임대료 9% 인상선 안에서 임차인이 ‘계약 연장’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5년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5년’이라는 기간이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터를 닦고 공들인 가게에 ‘5년이 지나면’ 무임승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남이 피땀 흘려 닦아놓은 가게를 5년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필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그렇게 애써 가며 터를 닦아놨는데, 5년이 지나자마자 임대인이 직접 장사를 하겠다면서 나가라더라. 가게에 들인 비용을 돌려받기는커녕 원상회복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게에 들인 정성, 시간 등 무형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대구지방법원의 한 판례는 반가울 따름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임대차 기간이 끝나 퇴거 청구를 받은 임차인 A씨는 임대인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했다.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임대인은 새 임차인에게 30% 이상의 높은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다. 임대인은 새 임차인이 권리금과 임대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A씨가 권리금을 못 받게 한 셈이다. 결국 새 임차인은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A씨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임대인이 임차인 A씨에게 권리금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판결로 임차인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임차인은 불안한 상태로 방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에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될 수 있는 범위를 최소 10년으로 인정하고,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만큼은 받고 떠날 수 있게 하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너도나도 회사를 떠나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차릴 수밖에 없는 현실, 어디서나 일한 만큼의 보상을 받기 힘든 현실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슬이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lsy@ibs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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