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혼자 살지 뭐

▲ 혼인율과 출신율은 감소하는 반면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흙수저로 태어나 집을 사려면 수십년 동안 먹는 것도, 입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내 반쪽, 내 자식과 살만 하지도 않다. 비선秘線에게 막강한 권력을 쥐어준 대통령이나, 국민의 염원을 뒤로 한 채 주판알을 튕기는 정치권이나 다를 바 없어서다. “에이~ 차라리 혼자 살지 뭐”라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다.

# 중소 휴대전화 부품업체에 다니는 장현수(가명ㆍ33)씨. 그는 얼마 전 결혼식을 앞둔 친구를 만났다. 6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마냥 행복해 할 줄 알았지만 어쩐 일인지 소주를 털어 넣는 친구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대출금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월세를 내느라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었던 장씨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을 대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대출금을 갚는 게 먼저”라며 “당분간은 2세 계획도 미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20대 중반인 사회 초년생 김준식(가명)씨. 그는 요즘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치가 떨린다. 민주주의를 대통령과 비선秘線이 흔들어놨다는 생각에 촛불을 들어도 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김씨는 결혼 생각도, 자식 욕심도 버렸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다는 생각에서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시대다.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은 2014년 ‘6’대가 붕괴됐다. 지난해에는 5.9건에 불과했다. 초저출산국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합계출산율은 1.24명 수준이다. 대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가구, 2005년 317만가구, 2010년 414만가구로 점점 증가했다.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가구였다. 비율도 늘고 있다. 2010년 전체 가구 중 15.5%를 차지했던 1인 가구는 2010년 23.9%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7.2%로 그 비율은 더 늘었다. 1인 가구 증가세는 가구유형도 바꾸고 있다. 2005년까지는 전체 가구 중 4인 가구가 주된 가구유형이었고, 2010년엔 2인 가구(24.6%)가 가장 많았으나 2015년엔 1인 가구가 27.2%로 가장 주된 가구유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결혼과 출산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약 170만원이었다. 그중 지출(가계지출)은 137만원이다. 주거비ㆍ식료품비 등으로 소득의 약 80.6%를 소비하고 있다 보니 여유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거다.

한 카드회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년 이상 1인가구를  유지한 고객은 43.9%, 1인 가구 탈출 예정이 없는 고객은 23.9%였다. 결혼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제적인 부담을 갖기보다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내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요즘, 나라걱정까지 해야 하니 두통만 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