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구조조정

▲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사진=뉴시스]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이 올해 내내 제자리걸음이다. ‘현실성 없는 대책’ ‘지지부진한 실행력’ ‘미흡한 실업자 구제책’ 등 정부 대책을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정부가 얽히면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도 못하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친 해운ㆍ조선ㆍ철강 등 취약 업종에 근근이 붙어 있던 산소호흡기가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어긋나기 일쑤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1월 14일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해운ㆍ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점검하고 이행 계획을 내놨다.

무엇보다 정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사실상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1위 해운업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현대상선으로 메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한진해운 우량자산(롱비치터미널 등)과 미주ㆍ아주노선 영업권을 현대상선이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플랜을 세웠다.

하지만 시작부터 계획이 꼬였다. 한진해운의 미주ㆍ아주노선을 대한해운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M그룹(삼라마이더스)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롱비치터미널의 우선 협상권도 SM그룹의 손에 돌아갔다. 당연히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해운 동맹 2M 얼라이언스 가입도 어려워졌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을 청산하고 현대상선을 키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런데 SM그룹이 등장하면서 모든 플랜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 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조선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당초 조선업계는 부실과 비리에 얽힌 대우조선해양이 쪼그라들면서 ‘2강(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1중(대우조선해양)’ 체제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분석에 따른 전망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대우조선해양의 자구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3조2000억원을 투입해 자본 확충도 도와줄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잔량을 이른 시일 내에 인도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를 또다시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한 플랜이라는 평가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움직임이 이상해졌다”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해소할 만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선업ㆍ해운업은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중요한 축이었다. 이 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도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얽힌 정부는 ‘이상한 대책’을 쏟아내거나 침묵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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