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견인한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

이석구(67)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 대표가 이 회사 CEO 10년 만에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회사 출범 18년째인 올해 매출 1조원과 매장 1000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는 건 걱정거리지만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 대단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현장 경영’과 ‘휴먼 경영’ 철학이 빛을 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 이석구 대표는 따뜻한 CEO로 명성이 높다. 사진은 지난해 장애인 바리스타에게 환경 선물을 전달하는 이 대표의 모습.[사진=뉴시스]

‘매출 1조원ㆍ매장 1000개 돌파’. 재계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올 연말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1999년 한미합작사로 조그맣게 출범한 스타벅스가 18년 만에 덩치를 이 정도로 키워낼 줄은 출발 당시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출범 첫해엔 매장 1개, 직원수 40명, 매출 6억원에 불과했다. 9년째이자 이 대표 취임 첫해였던 2007년엔 매장 232개, 매출 1344억원으로 몸집이 다소 커졌다. 이어 취임 10년차인 올 연말 매장 1000여개, 직원 9600여명, 매출 1조원대를 눈앞에 두게 된 것(그래픽 참조). 10년 만에 매장 수는 4배 이상, 매출은 7배 이상으로 키운 셈이다.

 스타벅스는 비상장사라 분기 및 반기 실적을 공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업계에는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71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조원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매출 1조원은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최초다.

10월 말 현재 950개로 늘어난 매장 수도 지금 추세라면 연말쯤 1000개 돌파(계약 기준)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식품업계를 통틀어서도 연매출 1조원을 넘긴 기업은 20여 곳에 불과할 정도여서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은 의미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는 1999년 7월 이대 앞에 1호점을 내면서 한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 오너 정용진(48) 부회장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 미국 브라운대학 유학 시절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셨던 그는 고급스러운 맛에 반했다고 한다. 그 후 스타벅스 한국 사업에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브랜드 도입과 합작 사업에 나섰다. 그 위에 지난 10년간 이 대표의 경영 솜씨가 더해져 한국에서 급성장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표는 특히 ‘현장 경영’과 ‘휴먼 경영’에 능한 CEO로 알려져 있다. 한미합작 회사여서 양쪽 주주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 입맛을 다루는 까다로운 음료사업이란 점, 프리미엄 이미지 등 브랜드력은 있는 것 같은데 왠지 비싸 보인다는 소비자 인식 등을 자신만의 특유한 경영 철학으로 풀어낸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철저히 실천하는 CEO다. 합작선인 미국 스타벅스와 차별화된 한국적 제품이나 판매 전략도 모두 현장 경영을 통해 찾아냈다. 때로는 미국에 역수출까지 했다. ‘사이렌 오더’란 주문 시스템이 좋은 예이다. 혁신적인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서비스인 이 시스템은 2014년 5월 한국 매장에서 처음 도입돼 미국으로까지 확대됐다. 스타벅스 매장 반경 2㎞ 안에서 모바일앱을 통해 사전주문하면 매장에서 기다리지 않고 음료를 받아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커피사업 현장 경영 전도사

그가 현장을 즐겨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이 만족해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현장에 있고, 그런 현장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고객과 임직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무실에 앉아서 보거나 듣기만 해서는 절대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본사마저 ‘SK(이 대표의 사내 호칭)가 한다고 하면 일단 OK’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를 위해 그는 해외출장이 없는 주간에는 1주일에 최소 이틀은 매장으로 출근한다. 2007년 취임 후 10년 동안 매장 방문 횟수만 무려 5000번이 넘는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도 이젠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3조5000억원 정도. 성장 한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만 2만여곳의 커피전문점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미합작사 스타벅스와 카페베네엔제리너스이디야 등 토종커피전문점들이 혼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유통업체들까지 경쟁에 뛰어들어 말 그대로 춘추전국 시대다. 이런 가운데 스타벅스는 지난 18년간 다방 중심의 국내 커피 소비문화를 커피전문점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

이 대표는 커피시장의 성장 한계 극복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낼 수밖에 없었다. 본사 반대를 무릅쓰고 출점을 강행한 경주 보문단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대표적이다.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는 ‘주거지와 오피스 지역 사이를 연결하는 구간에만 설치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관광객 연 800여만명이 왕래하는 경주 보문단지에 설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1년 6개월간 설득 끝에 2013년 문을 연 이 매장은 현재 국내 매출 순위 10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 본사는 성공한 현지화 사례로 이 매장을 소개하고 있다. 국산 재료를 사용해 가장 한국적인 스타벅스 메뉴를 내놓는 것도 성장 한계 극복책의 하나다.

로컬 메뉴 개발팀을 두고 스타벅스 본사 메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현지화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차茶 사업도 그 일환이다. 지난 9월 6일 출시한 ‘자몽 허니 블랙 티’라는 제품은 출시 약 한달 만에 예측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국 매장에서 조기 품절된 바 있다. 준비를 다시 해 최근 전국 950여 매장에서 ‘자몽 허니 블랙 티’ 판매를 재개했다. 

‘휴먼 경영’도 이 대표의 주요 경영 철학에 속한다. 단순하게 커피 비즈니스만을 하는 게 아니라 ‘커피 제품을 통해 휴먼 비즈니스를 한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의 포커스를 인본주의에 두고 고객의 가치를 높이면서 고객을 케어하는 직원을 존중하면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생각이다. 전국 매장에 배치된 스타벅스의 숙련된 바리스타들은 하루 평균 30만여명의 고객들을 상대하며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와 감성 소통까지 함께 하게 된다. 스타벅스 임직원들이 서로를 ‘파트너’로 부르고 사내에서 딱딱한 직급 대신 닉네임으로 호칭하는 등 평등한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게 다 그런 배경에서다. 매일 오후 5시 30분 퇴근시간을 알리는 음악을 틀어 습관성 야근을 없애고 칼퇴근을 압박하는 것도 휴먼 경영의 일환이다.

한국판 스타벅스 꽃피울까

그에게도 고민거리는 있어 보인다. 덩치는 커졌지만 이익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과 매장 확대에 수반하는 인건비 및 임차료 증가가 이익률 증가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 최근 업계에서 신세계 CEO 물갈이설이 나돈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 될 것 같다.

12월 인사를 통해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 사이의 ‘남매 경영’을 강화하면서 60대 이상 사장들을 물갈이할 것이란 소문이 그것이다. 10년 동안 재직한 스타 CEO인 이 대표가 60세를 넘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너들이 그의 진퇴를 어떻게 결정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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