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꿈꾸는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홍(70)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최근 창립 80주년 기념사를 통해 “양量보다 질質로써 세계 1등이 되자”는 주문을 하고 나섰다. LS가家의 맏형으로 2선 후퇴했던 그가 뜻밖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지도 어언 1년 8개월. 실적 부진을 말끔히 씻어 줄 것이란 세간의 기대를 아직은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에 어떤 묘책을 쓸지도 관심사항이다.

▲ 구자홍 회장이 LS니꼬동제련 창사 80주년 기념식에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주문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넘버원 제련기업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자.” 구자홍 회장은 지난 9일 LS니꼬동제련 창사 80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주문했다. 울산광역시 온산제련소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구 회장과 요시미 토시히코 부회장, 도석구 사장, 박성걸 노조위원장 등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그의 말 속에 왠지 강한 결기마저 느껴진다. 재계에서 ‘영국 신사’로 통하는 그에게 무슨 급한 사정이라도 생긴 걸까.

LS니꼬동제련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1위 비철금속업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단단히 한몫하는 회사다. 외형으로만 보면 철강업 대표주자인 포스코(2015년 매출 58조1923억원)가 국내 금속업계 부동의 1위라면, 비철금속업 대표주자인 LS니꼬동제련(2015년 매출 6조7432억원)은 금속업계 3위쯤 된다.

포스코는 상장사인데다 국민기업으로 출발해 워낙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LS니꼬동제련은 비상장 소재기업이면서 한ㆍ일 합자合資회사여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구석이 많다. LS그룹(회장 구자열) 내에서도 외형이 제일 커 사실상 리딩 컴퍼니다. 그룹에서의 상징성은 LS전선ㆍLS산전 등이 더 높지만 매출만큼은 그룹 전체의 약 30%에 이를 정도로 앞서 있다.

이 회사의 위상이 이럴진대 구 회장은 왜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 “글로벌 넘버원 제련기업(Global No.1 Smelter)으로 한단계 더 도약하자”고 주문하고 나섰을까. 향후 경영의 지향점을 압축해서 표현한 이 말은 ‘양量에서 질質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형 성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만큼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생산량이나 매출 등 외형 면에서의 글로벌 넘버원이 아니라 원가경쟁력이나 기술력, 품질 등 질적 측면에서 세계 1위를 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양에서 질로의 전환 선언’에는 이 회사 나름의 깊은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4~5년간 계속된 실적 부진이 좀 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게 그것이다. 2012년 9조2113억원으로 10조원대를 바라봤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6조7432억원으로 3년 만에 무려 26.8%나 후퇴했다. 당기순이익 추세는 더 비관적이다. 2012년 2442억원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엔 기대와 달리 853억원 적자까지 내고 말았다(그래픽 참조).

비상장 회사라 분기 및 반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관계로 올해 실적 흐름을 구체적으로 알 순 없다. 하지만 이번 구 회장의 창사 80주년 기념사 등을 감안할 때 특별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양보다 질을 추구하자고 선언하고 나왔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글로벌 넘버원 제련기업 지향

2선 후퇴했던 그가 지난해 3월 LS니꼬동제련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을 당시 세간에선 실적 만회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돌아온 LS가家 맏형인 그가 LS니꼬동제련의 실적 부진을 잠재울 것으로 보았다. 그가 누구인가. LG전자, LS전선, LS산전 CEO 등을 거치며 풍부한 경영 경험을 쌓았고 숱한 경영 실적도 올린 범 LG가의 중량감 높은 오너 2세 기업인이다. 특히 LG전자 CEO로 10년을 근무했던 일은 유명하다.

2003년 LG그룹에서 LS그룹이 독립한 이래 10년 동안 초대 회장을 맡아 그룹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LS그룹 회장 때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과 해외 진출, 연구개발(R&D) 강화 등을 통해 매출은 4배, 영업이익은 3배 수준으로 키워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LS그룹은 계열사 45개, 자산 20조원으로 재계 순위 16위(공기업 제외)에 랭크돼 있다.

경영 능력과 인품이 좋기로 정평이 난 그도 글로벌 시황 부진과 저성장 기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세계적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전기동電氣銅의 국제 시세가 떨어지면서 기존 사업이 심각한 성장 한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매출의 바로 메타가 되는 전기동의 국제시세는 2009년 t당 1만달러선에서 최근 5000달러대로 반 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LS니꼬동제련의 사업 영역은 전기동ㆍ귀금속ㆍ첨단산업용 희소금속ㆍ은 소재ㆍ리사이클링(도시 광산ㆍRecycling)ㆍ해외 자원개발 등이다. 광석에서 고순도 구리를 뽑아내 이를 전선, 동전, 탄피, 비행기, 가전제품, 인공위성 등을 만드는 업체에 주로 납품한다. 전기동 부산물에서 금, 은, 백금, 팔라듐, 텔루륨 등 귀금속과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 귀금속 회수 플랜트를 수출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 코델코가 전통적 강자인 유럽이나 일본 업체가 아닌 한국의 LS니꼬동제련과 손잡고 귀금속 회수 기업인 ‘PRM’을 설립해 지난 9월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LS니꼬동제련의 온산제련소는 연간 68만t의 전기동을 생산해 단일 제련소로는 세계 2위 규모다. 전기동 생산량은 세계 8위로 알려져 있다. 칠레, 인도네시아,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적인 자원 보유국으로부터 동광석 등 원재료를 수입해 제련한 다음 국내외에 팔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제품 위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은 이미 상당 정도 진행돼 왔다. 이 회사 전기동 품질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최고인 A등급에 올라 있다. 금도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런던귀금속시장연합회(LBMA)로부터 품질을 인증 받았다.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집전판 소재인 실버 페이스트 공급에도 손을 대고 있다. 은 가공 소재 등의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에도 관심이 높다.

‘계속기업’ 존재감 발휘할까

LS니꼬동제련은 1936년 조선제련주식회사에서 출발해 광복 후 국영기업으로 전환된 다음 다시 민영화됐다. 1982년 당시 럭키그룹에 편입됐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LS금속과 일본 니꼬日鑛그룹이 주축이 된 JKJS 컨소시엄이 합자 투자하면서 LG니꼬동제련이 탄생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본금은 2832억원이며 주주 구성은 한국의 LS그룹 지주사인 ㈜LS가 50.1%, 일본 JKJS가 49.9%다. 현재 한ㆍ일 동수의 사내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LS그룹이 오너 2세들 간 잡음 없는 사촌 공동 경영으로 유명한데 17년에 걸친 한ㆍ일 공동 경영도 이제껏 큰 탈 없이 진행되고 있어 흥미롭다. 구 회장의 오랜 사업 경험과 인품도 한몫한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질적 경영을 성공시키는 일이다. LS니꼬동제련이 100년 기업에 머물지 않고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존재감을 두고두고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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