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전자 분할 제안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명분을 얻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엘리엇의 자회사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내용은 이렇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할 것 ▲분할한 사업회사가 주주에게 정기 배당과는 별개로 30조원(보통주 1주당 약 24만5000원 규모)의 현금 특별 배당을 실시할 것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 등이다. 요약하면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삼성그룹의 불확실한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저평가됐고, 이를 빨리 해소하라는 거다.

업계는 이런 엘리엇의 요구안이 삼성전자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한다. 요구안 가운데 핵심 내용인 삼성전자의 분할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분할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는 식이다. 이 부회장이 단순히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주식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6일 삼성전자 주가는 4.45% 오른 1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물산(7.89%), 삼성생명(4.31%) 등 삼성 주요 계열사 주식도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엘리엇의 요구를 단순히 ‘지분가치 상승’으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엘리엇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때 소송까지 걸어가면서 반대했던 만큼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특히 ‘독립적인 이사 3인 선임’ 요구는 삼성그룹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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