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무엇을 바꿔야 하나

‘혜택 좋은 카드 발급 중단’ ‘부가서비스 축소’. 위기에 빠진 카드사가 꺼낸 생존전략이다. ‘수수료 인하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변명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카드사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 카드업계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당정 합의를 통해 영세ㆍ중소업체의 카드 수수료율을 0.7%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정 합의로 낮아진 수수료율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카드업계는 “그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올 초 30만개의 일반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기습적으로 인상하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면 소상공인은 “우대수수료 적용 구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 역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공급자인 카드업계, 수요자인 가맹점(소상공인 등), 중재자인 정치권이 카드수수료를 둘러싸고 맞서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영세ㆍ중소업체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는 시장이 아닌 법에 의해 결정된다. 2012년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자 법을 개정해 우대 수수료율을 결정하도록 했다. 업종별로 적용되던 수수료율을 가맹점별로 전환하고, 영세ㆍ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가맹점 수수료체계’가 도입된 이유다.

▲ 카드 수수료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선 가맹점의 가격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사진=뉴시스]
우대수수료율은 원가를 반영해 3년마다 재산정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적 변화는 영세ㆍ중소업체들을 되레 벼랑으로 내몰았다. 법 개정으로 신용카드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된 영세ㆍ중소업체들은 카드수수료율을 협상할 수 있는 토대를 잃어버렸다. 특히 신용카드 거래로 발생한 채권을 신용카드 업무 이외에는 양도할 수 없다는 점은 독毒으로 작용했다. 영세ㆍ중소업체들이 카드수수료율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이 가맹점의 수수료율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드 채권 매입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카드수수료율을 스스로 떨어뜨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카드수수료를 정치적인 합의로 결정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면서 “과점경쟁체제의 틀을 깨뜨릴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힘 있는 카드사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영세ㆍ중소업체 등 가맹점이 자기가 원하는 카드사를 선택할 수 있으면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참에 카드수수료에 의존하는 카드사의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역마진이 나는 소액결제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원가를 공개해 제대로 검증을 받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수수료 인하 때문에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밥그릇을 지키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자 고금리 카드론을 확대해 수익을 올리려 하고 있다”며 “눈앞의 실적만 좇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카드사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수수료 인하가 아닌 장기 성장동력의 부재라는 얘기다. 카드사가 수수료에 집착할 필요는 거의 없다. 카드사의 부수업무 추진을 막고 있던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부수업무 규제를 허용된 업무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에서 규제된 업무 이외에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수수료가 인하됐어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힘을 쏟는 카드사는 거의 없다. 김득의 대표는 “영세가맹점과 서민층을 겨냥한 카드 수수료와 카드론 이자 수익에 의존해서는 성장이 어렵다”며 “카드사와 고객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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