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미니멀리즘’ 운동 확산

▲ 소비 미니멀리즘은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 더 많은 여지를 만들어내자는 운동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물건보다 사람에 집중하기’ ‘물건보다 경험과 체험에 투자하기’. 미니멀리스트들이 제안하는 소비 미니멀리즘 실천 방안 중 일부다. 그렇게 하면 인간관계에 투자할 수 있고,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하루하루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 역시 소비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만 소유하고 소비하면서 생활하는 ‘소비 미니멀리즘(Minim alism)’이 주목받고 있다. 간결함과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이나 문화적 흐름을 나타내는 ‘미니멀리즘’을 일상소비 영역에 적용한 개념이다. 소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은 “과도한 상품 소유가 참자아自我를 잊게 만들고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신상품과 광고의 홍수에 세뇌돼 자아를 개발하기보다 명품가방이나 멋진 자동차를 사는 데 치중한다. 이런 소비자로서의 위상을 자신의 럭셔리한 자아라고 착각하곤 한다.

상품으로 포장된 가짜 자아는 유동적이다. 상품이나 브랜드의 의미와 위상이 변하면 그 자아도 바뀐다. 소비자들은 소비시장이 설정해 준 자신들의 가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장이 제시하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 확실히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물건을 구매하고, 수납하고, 관리하고, 처분하는 일은 한편으로는 즐겁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너지가 필요한 고된 ‘마음 노동’이기도 하다. 특히나 우리의 두뇌용량은 한정돼 있어 당장 눈에 보이는 옷, 자동차, 집을 관리하다 보면 보이지도 않고 분명하지도 않는 가슴의 소리까지 신경 쓸 여지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가 누구이고 내가 가슴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위해 하루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가.

미니멀리스트들은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자고 주장한다. 가령 ‘100개 이하의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기’ 등의 제목을 단 체험서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더 적은 것으로 꾸려가는 의미 있는 삶(M inimalism: Live a meaningful life)’이라는 주제의 저술과 강연으로 400만명 이상의 독자를 갖고 있는 라이언(Ryan)과 조슈아(Joshua)의 소비 미니멀리즘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단순히 물건을 적게 소유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을 위해 더 많은 여지를 만들어내자고 말한다.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열정, 더 많은 경험, 더 많은 성장, 더 많은 기여, 더 많은 행복감 등. 그들은 미니멀리즘 실행 방안의 하나로 과거를 뒤돌아보고 놓쳐버린 중요한 것들을 재인식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제안한다. 이를테면 새로운 책을 사기보다 가지고 있는 책을 반복해서 다시 읽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라고 말한다.

이론상 소비 미니멀리즘은 개념이 분명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실제로 어디까지가 ‘최소한의 소비’이며 무엇이 ‘정말 내게 중요한 것인지’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 결정장애’ ‘소비자 피로증후군’ ‘수납정리 컨설턴트’ 같은 용어들이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미니멀 라이프를 숙고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에 대한 논의가 더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 미니멀리즘도 일시적 Fad(짧은 유행)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수십 년 전 풍요를 경험한 일부 소비자들이 주도했던 ‘자발적 간소화’처럼 말이다. 유행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미니멀리스트들이 제안하는 방법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하나씩 실천해보자.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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