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노출한 ‘디자인 경제학’

▲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 상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고 평가했다.[사진=뉴시스]
소비자들은 낯선 브랜드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건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물며 자국 시장에서도 이런데 세계 시장에서는 어떻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브랜드들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11위ㆍ현대차 71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해마다 발표하는 ‘브랜드 가치 순위(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에서 우리나라 브랜드인 삼성과 현대가 올해 차지한 순위다. 100위 안에 든 유이唯二한 한국 브랜드다. 1위부터 10위까지는 6위 도요타(일본)를 제외하곤 전부 미국 브랜드가 차지했다. 중국 브랜드는 아예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렇게만 보면 세계적으로 통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왜 두 개밖에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더 큰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수출강국, 기술강국인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시장에서 중국ㆍ일본ㆍ미국ㆍ독일 등과 경쟁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 6위인 무역 강국이다. 지난해 세계 수출 시장의 역신장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ㆍ일본ㆍ미국ㆍ독일 등 주요 경쟁국도 물량과 금액 모두 부진했다.

이런 부진 속에서도 경쟁은 오히려 심화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과 4개국의 평균 수출경합도(100포인트에 가까울수록 경쟁 심화)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경합도는 58.8포인트를 기록, 전년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출경합도다. 다시 말해 수출시장 상황은 안 좋아졌지만 시장을 선점할 ‘경쟁력’은 더 필요해졌단 얘기다. 이런 가운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ㆍ이하 코트라)가 우리나라 수출 상품의 경쟁력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외국바이어가 본 한국 상품의 경쟁력 현주소’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코트라는 지난 4월 18일부터 7월 10일까지 한국 상품을 수입하는 전 세계 79개국 바이어 9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국 바이어들이 생각하는 한국 상품의 경쟁국, 경쟁 한국 상품의 요소별 경쟁력 등을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였다. 그 결과 외국 바이어가 본 우리나라 브랜드는 디자인은 우수하나 브랜드 인지도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상품 브랜드 인지도 미흡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 상품의 디자인이 일본이나 이탈리아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경쟁력이 높은 ‘요소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1.84)은 일본(1.85)ㆍ이탈리아(1.95)보다 디자인 면에서 앞섰다. 가격 대비 품질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상품이 경쟁국과 비교해 디자인과 가격 대비 품질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거다.

반면 브랜드 인지도는 경쟁국인 독일ㆍ일본ㆍ미국 등보다 낮았다. 아예 5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주요 경쟁요소 중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된 거다. 이는 시장별ㆍ산업별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상품은 중국ㆍ북미ㆍ유럽ㆍ동남아ㆍ중동 전 지역에서 5위를 기록, 브랜드 경쟁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한국 상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높게 평가했지만 자동차를 제외하곤 한국 상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기계ㆍ장비 분야에서는 아예 브랜드 인지도가 대만에 밀려 6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한국 제품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외국 바이어들은 한국 제품의 경쟁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5년 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년 후 한국 제품의 브랜드가 독일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전기ㆍ전자 분야에서는 이미 품질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수출 경쟁력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비非가격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산업 전략을 재검토하거나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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