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참러도 혹할 ‘노쇼’ 방지 캠페인

▲ ‘노쇼’는 다른 소비자의 이용 기회를 뺏는 행위다.[사진=아이클릭아트]
예약불이행자를 뜻하는 이른바 ‘노쇼(No Show)’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업자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이런 노쇼들에게 페널티를 물을 수도 없는 노릇. 자칫 이류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로 낙인을 찍힐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노쇼를 없애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있다. 프로불참러 조세호도 혹할 만한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한국에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갑자기’가 너무 많아 놀랐다.” 어느 외국인이 인터넷에 올린 ‘한국살이’에 대한 글 중 일부다.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갑자기’ 몸살이 나서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이 지나치게 많더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갑자기’ 생긴 변명거리에 상당히 너그럽다. 삶이 덜 팍팍해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외국인은 “손님이 오고, 일이 생기고, 몸살이 나는 게 약속을 못 지킬 정도로 ‘갑작스러운’ 일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썼다. 누군가는 손님이 오거나, 일이 생기거나, 몸살이 나도 약속을 지키려고 불편함과 미안함을 무릅쓰는데 말이다.

공공기관과 한국소비자원, 방송사까지 나서서 ‘노쇼(No Show)’ 방지 캠페인이 한창이다. 노쇼란 나타나기로 해놓고 약속을 어기는 행위 또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을 말한다. 대개는 항공사ㆍ병원ㆍ음식점ㆍ미용실 등에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예약불이행 또는 예약불이행자를 지칭한다.

이런 예약불이행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 때문에 사업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빈 좌석이나 시간을 바로 다른 고객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미리 준비한 용품이나 자재를 쓸 수 없는 경우가 생겨서다. 금전적으로나 직원 스케줄 관리에서 피해를 입는 셈이다. 피해는 사업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쇼는 그 시간, 그 서비스를 정말 원했던 다른 소비자의 이용 기회를 뺏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예약불이행의 책임을 묻는 곳은 항공사밖에 없다. 딱히 소비자에게 페널티를 물을 방법도 없다. 한 일간지가 우리나라 병원ㆍ음식점ㆍ미용실ㆍ고속버스ㆍ소규모 공연장 등 서비스 부문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노쇼 관련 조사를 했다. 평균 예약불이행률은 15%, 음식점 예약 부도율이 20%로 가장 높다. 일부 국가에서는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위약수수료를 받거나 이용을 제한하는 페널티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능사는 아니다. 노쇼의 최고 해결책은 고객 스스로 예약취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약만큼 예약취소도 중요한 에티켓임을 알고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기업과 예약을 한 경우 자신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기업도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 소비자를 위해 노쇼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깜빡깜빡하는 고객을 위해 문자메시지로 하루 전에 예약상황을 재확인해주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예약을 성실하게 지킨 고객들에게는 할인이나 부가서비스 혜택을 주는 방식은 어떨까. 병원에서는 고객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0일 후의 약속은 3일 후의 약속보다 돌발 상황이 많으니까 말이다.

신용카드번호를 미리 알아놓았다가 노쇼 고객에게 페널티를 매기거나 예약을 여러번 안 지킨 고객을 삼진아웃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류 고객서비스 기업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진정한 최고의 기업이 되고 싶다면 예약불이행 고객에게 페널티를 주기보다 예약을 지킨 고객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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