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015년 가계동향조사 분석해보니…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정책이 동원됐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많은 돈이 풀렸다. 많은 경기부양책도 동원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황터널을 벗어나고 있을까. 아쉽게도 답은 ‘그렇지 않다’다. 2013년 이후 불황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2006~2015년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재분석해 본 결과다. 우리나라 가계가 위험하다.

가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득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소비지출이 줄고 있어서다. 여기에 불황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자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추며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특히 청년가구(20~39세)와 노인가구(65세 이상)가 경제적으로 취약하다. 통계청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소득증가율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소비지출과 흑자율(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모두 줄고 있다.

노인 가구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본소득이 낮아 기초생활에 필요한 가계지출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적자생활을 이어가는 노인가구도 상당수에 이른다. 경제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이 전 세대 중 노인가구가 가장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2인 이상 가구의 가계경제가 좋은 것도 아니다. 소득과 소비지출의 추이가 감소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자녀 유무에 따라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의 차이가 커 출산은 어림도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숫자’로 대한민국 가계의 상황을 살펴보자.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의 2006~2015년 자료를 기반으로 전국의 2인 이상 가구와 청년가구의 가계경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소득증가율과 지출증가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가계흑자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소비가 지속적으로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먼저 2인 이상 가구의 10년간 월평균 소득은 374만5000원이었다. 연평균 14만8000원씩 증가했고, 소득증가율은 연 4.1%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로 기간을 좁히면 소득증가율은 전년 대비 2.1%(2013년), 3.4%(2014년), 1.6%(2015년)로 뚝 떨어진다. 2013년 이후 불황이 2인 이상 가구를 공격한 셈이다.

이렇게 소득증가율이 둔화했음에도 2015년 가계 흑자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이는 불황형 흑자로 소득증가율보다 지출증가율의 감소가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흑자율은 매년 4.7%, 5.2%, 5.6%을 기록,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불황에 따른 불안감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년가구의 상황은 2014년부터 악화했다. 2006~2015년 10년간 청년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89만원으로, 연평균 3.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6%, -0.8%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9년 소득증가율이 1.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청년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273만6000원 수준으로 연평균 3.5%씩 지출액이 늘었다. 하지만 2014년엔 지출증가율이 0.4%로 줄더니, 2015년에는 -2.3%로 내려앉았다. 이런 통계는 형편없는 청년취업률과 맥이 닿아 있다. 청년가구의 가계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은 2014~2015년 청년가구 중 취업자 수 비율은 91.9%에서 91.6%로 감소했다.

설 곳 잃는 청년가구

청년층의 일자리 질質도 상당히 나빠졌다. 2014년 71.2%였던 청년층의 상용근로자 비율이 2015년 70.4%로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의 임시근로자는 10.3%에서 11.7%로, 일용근로자는 1.9%에서 2.1%로 증가했다. 이처럼 2인 가구든 청년층이든 대한민국 가계가 위험하다. 2인 가구는 2013년, 청년층은 2014년부터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불황의 그림자가 걷히긴커녕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jechoi@saesayon.org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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