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015년 가계동향조사 분석해보니…
가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득증가율이 둔화하면서 소비지출이 줄고 있어서다. 여기에 불황의 늪이 갈수록 깊어지자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추며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특히 청년가구(20~39세)와 노인가구(65세 이상)가 경제적으로 취약하다. 통계청에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소득증가율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 결과, 소비지출과 흑자율(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모두 줄고 있다.
2인 이상 가구의 가계경제가 좋은 것도 아니다. 소득과 소비지출의 추이가 감소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자녀 유무에 따라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의 차이가 커 출산은 어림도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숫자’로 대한민국 가계의 상황을 살펴보자.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의 2006~2015년 자료를 기반으로 전국의 2인 이상 가구와 청년가구의 가계경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소득증가율과 지출증가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가계흑자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소비가 지속적으로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먼저 2인 이상 가구의 10년간 월평균 소득은 374만5000원이었다. 연평균 14만8000원씩 증가했고, 소득증가율은 연 4.1%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로 기간을 좁히면 소득증가율은 전년 대비 2.1%(2013년), 3.4%(2014년), 1.6%(2015년)로 뚝 떨어진다. 2013년 이후 불황이 2인 이상 가구를 공격한 셈이다.
이렇게 소득증가율이 둔화했음에도 2015년 가계 흑자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었다. 이는 불황형 흑자로 소득증가율보다 지출증가율의 감소가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흑자율은 매년 4.7%, 5.2%, 5.6%을 기록,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불황에 따른 불안감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청년가구의 상황은 2014년부터 악화했다. 2006~2015년 10년간 청년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89만원으로, 연평균 3.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6%, -0.8%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2009년 소득증가율이 1.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년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청년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은 273만6000원 수준으로 연평균 3.5%씩 지출액이 늘었다. 하지만 2014년엔 지출증가율이 0.4%로 줄더니, 2015년에는 -2.3%로 내려앉았다. 이런 통계는 형편없는 청년취업률과 맥이 닿아 있다. 청년가구의 가계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은 2014~2015년 청년가구 중 취업자 수 비율은 91.9%에서 91.6%로 감소했다.
설 곳 잃는 청년가구
청년층의 일자리 질質도 상당히 나빠졌다. 2014년 71.2%였던 청년층의 상용근로자 비율이 2015년 70.4%로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의 임시근로자는 10.3%에서 11.7%로, 일용근로자는 1.9%에서 2.1%로 증가했다. 이처럼 2인 가구든 청년층이든 대한민국 가계가 위험하다. 2인 가구는 2013년, 청년층은 2014년부터 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불황의 그림자가 걷히긴커녕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jechoi@saesayon.org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
jechoi@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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