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아이 인 더 스카이

▲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뉴스에서 드론(drone)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드론은 기체機體에 사람이 타지 않고 지상에서 원격 조종한다는 점에서 무인항공기(UAV)라고도 한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이런 드론의 위력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다. 케냐에 은신 중인 테러 조직 생포를 위해 영국·미국·케냐 3개국은 드론을 이용한 합동작전을 실시한다. 그 도중에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지휘관인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테러 조직의 자살폭탄테러 계획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생포작전은 사살작전으로 변경된다.

작전에 따라 미국 공군기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던 드론조종사 와츠 중위(아론 폴). 하지만 폭발 반경 안으로 들어온 소녀를 목격하고 작전 보류를 요청한다. 한편에선 드론 미사일 발사에 따른 부수적 피해와 책임을 두고 각국 고위 정치인들의 논쟁이 거세진다. 그러는 사이 테러는 임박하고, 타깃을 감시하던 소형 드론의 배터리는 점점 방전된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전 세계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드론 전쟁의 실상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쯤 되면 영화의 장르는 ‘드론 전쟁 스릴러’다. 연출을 맡은 개빈 후드 감독은 시나리오 초안을 그 자리에서 단번에 읽었을 정도로 굉장히 멋진 스토리에 매료됐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연구 없이는 드론의 세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감독은 드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책을 읽고, 실제 군과 접촉했다.

실감나는 전쟁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드론 조종사를 비롯한 방위산업체·저널리스트·인권옹호자 등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도 했다. 특히 군사법·제복·용어는 물론 드론 조종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일과에 대한 생생한 조언을 들었다. 그 덕에 미국 공군기지에 있는 드론조종실부터 영국 합동사령부의 작전통제실, 고위 정치인들의 브리핑실까지 영화의 모든 세트를 현실과 똑같이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었다.

미국이 드론 공습작전으로 테러를 준비하던 알샤바브 대원들을 진압한 사건과도 매우 흡사한 소재를 다룬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일반적인 전쟁영화의 육탄전이나 탱크전이 아닌 드론전의 긴박한 현장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작전 지역이 아닌 자국의 모니터 앞에서 네트워크로 진행되는 작전 상황은 기존의 전쟁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단순히 옳고 그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과 캐릭터 구성 또한 눈길을 끈다. 테러 조직의 자살폭탄테러 계획을 저지하는 하나의 작전에서 서로 다른 신념이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캐릭터들 간 갈등은 강한 몰입도를 선사한다. 특히 실제 전쟁에서 야기되는 법적·정치적 딜레마까지 위트 있고 심오하게 그려낸 스토리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쟁 스릴러를 기대하게 한다. 현대의 전쟁에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그 딜레마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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