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제품 이대로 괜찮나

▲ 미투전략은 창의적이고 혁식적인 개발의지를 떨어뜨린다.[사진=아이클릭아트]
히트제품을 그대로 따라하는 미투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이름과 맛만 흉내 내면 그나마 양반이다. 언뜻 보면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꼭 닮은 제품들도 있다. 처음 제품을 출시한 업체 입장에선 도둑질도 이런 도둑질이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막대한 비용을 들였더니 슬그머니 인기에 무임승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김민수(가명)씨는 마트에 갔다가 웃지 못할 실수를 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즐기던 김씨가 매운라면을 집어 들어 카트에 넣었는데 계산하려고 보니 그 라면이 그 라면이 아닌 거였다. 습관처럼 사는 라면인데도 쌍둥이처럼 닮은 포장용지 탓에 ‘닭’이 아닌 ‘낙’이라고 적힌 라면을 집어들었다. 매운라면 마니아라고 자처하던 김씨였는데 그날따라 미묘한 ‘한끗’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민망했다.

또 다른 박선영(가명)씨. 최근 그가 아껴 바르던 화장품이 똑 떨어졌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에게 부탁해 면세점에서 구입한 ‘갈색병’ 화장품이었다. 사용하면서 만족감이 컸던지라 다시 구입할까 생각도 했지만 ‘면세점 찬스’ 없이 사자니 어쩐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갈색병의 ‘저렴이’ 제품이라고 입소문이 자자하던 로드숍의 ‘보라색병’ 화장품을 구입했다. 갈색병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박씨는 사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격까지 착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김씨가 실수로 잘못 집어든 라면과 박씨가 차선책으로 고른 화장품은 모두 미투(me too) 제품이다. 미투는 인기 있는 제품의 이름ㆍ모양디자인을 흉내 내 인기에 편승하는 전략이다. 다른 말로 ‘카피캣(copycat)’이라고도 한다.

이런 미투전략은 식품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역사도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오리온이 출시한 ‘초코파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롯데제과는 ‘초코파이(1978년)’를 내놨다.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도 비슷한 유형의 파이 제품을 선보였다.

원조를 밀어내는 미투제품도 있다. 1984년 코카콜라가 선보인 ‘암바사’를 1989년 출시한 롯데칠성의 ‘밀키스’가 밀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14~2015년에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식품업계가 너도나도 ‘허니’ 시리즈 제품을 내놔 마트 진열대에 온통 꿀 바른 과자만 있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윤리적인 잣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영업 부분에서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점을 찍은 게 바로 롯데제과 빼빼로 사건이다. 지난해 롯데제과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가 일본 제과업체의 디자인을 베껴 제품 생산 중단에 이른 것이다.
 
발단은 2014년 11월이었다. 일본의 제과업체인 에자키 글리코가 롯데제과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디자인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가 자사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게 이유였다.

쿠션 뜨니 쿠션제품 줄줄이

롯데제과는 글리코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했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는 지난해 8월 원고 손을 들어줬다.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는 글리코의 ‘바통도르’ 이후에 국내 출시된 것으로 글리코의 디자인을 침해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전체적인 구성이 매우 유사해 롯데 제과가 글리코 제품을 모방해 제작됐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제품 형태는 물론 상자의 면 배색, 초콜릿 과자를 배치한 모양 등이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어 “롯데제과와 글리코가 경쟁 관계에 있고 글리코 제품이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종합할 때 롯데가 해당 제품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제품 생산과 판매ㆍ수출 금지, 제품 전량 폐기 처분을 내렸다.

히트제품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려는 미투전략은 식품업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최근에는 유통망을 앞세워 식품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에서 미투제품을 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해태제과가 ‘타코야끼볼’로 제2의 허니버티칩 효과를 노리자 GS25는 ‘구운타코야끼볼’로 슬쩍 시장에 끼어들었다. 이를 두고 식품업계는 “유통망을 앞세워 미투제품을 출시하는 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미투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쿠션’ 화장품이 인기를 끌자 관련 상표출원이 급격히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엔프라니 등 주요 화장품 회사를 중심으로 ‘쿠션(Cushion)’ 상표출원 등록건수가 280건이었다. 2014년에 93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다. 이밖에도 패션, 인테리어는 물론 IT, 방송가에서도 ‘베끼기’ 전략이 범람하고 있다.

미투제품에도 순기능은 있다. 선두업체의 독점을 막고 소비자의 선택폭도 넓혀 줄 수 있다. 문제는 선두업체가 수년간 투자한 연구개발과 비용에 무임승차한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신제품 출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는 기업과 인기 있는 것을 따라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미투제품이 양산되고 있다”면서 미투제품의 범람 이유를 설명했다.

과도한 베끼기 괜찮나
 
하지만 정 교수는 “미투전략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려는 의지를 떨어뜨리고 보수적이고 안정만 추구하려는 경향을 짙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쉽게 갖다 쓰는 풍토가 결국 품질 저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후발업체들이 손 안 대고 코를 풀면, 누군가의 개발 의지가 꺾일 수 있다. 베끼기에 열을 올리기보다 시장에서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승부수’를 갈고닦아야 한다.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개발 의지가 다시 시장을 깨울 것이다. 짝퉁이 원조를 넘지 못하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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