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보상제도의 함정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스마트폰 할부금 납부 30개월 기준 18개월을 사용하면 남은 할부금 없이 최신 스마트폰 교체를 보장하는 중고폰 보상제도를 내놨다. 24개월 약정이 부담스러운 소비자에겐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실제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다. 조건도 까다롭다.

▲ 중고폰 보상제도에 고객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직장인 K씨는 얼마 전 휴대전화를 바꾸러 대리점을 방문했다. 이통사가 출시한 ‘중고폰 보상제도’에 가입하면 할부원금을 출고가의 절반도 안 되는 30만~40만원만 내도 된다는 광고를 봤기 때문이다. 부푼 기대를 품고 대리점에 들른 K씨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반값’을 강조한 이통사들의 홍보에 비해 저렴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8개월 후 거의 흠집이 없는 휴대전화를 반납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기 때문이다. 허울만 그럴듯한 ‘중고폰 보상제도’의 정체는 무엇일까.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통사가 중고폰을 신제품으로 교체해주는 프로그램을 줄줄이 론칭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클럽’이 신호탄이었다. 이는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7을 1년간 사용한 뒤 반납하면 신제품(자사)으로 교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뒤질세라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28일 ‘아이폰6s(PLUS)’ ‘갤럭시 S7(Edge)’ ‘LG G5’ 기종을 새로 개통하는 고객에 한해 중고폰을 반납하면 신품으로 교체해주는 ‘H클럽’을 출시했다. 가입은 6월 30일까지 가능하다.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가 보장하는 다섯 가지 기종에 ‘갤럭시노트5’를 추가한 ‘프리미엄클럽’을 4월 12일 출시했다.

하지만 이런 보상프로그램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LG유플러스 H클럽과 SK텔레콤 프리미엄클럽의 보험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말기는 출고가가 80만~100만원에 달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현금 구매는 적용이 안 된다. 무조건 30개월 할부여야 한다. 기간은 18개월을 유지해야 하고, 보험료는 SK텔레콤 월 5000원, LG유플러스 월 7000원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휴대전화 반납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흠집이나 균열이 있는 제품은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반납이 안 된다. 특히 흠집ㆍ균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리점 측에서도 반납 불가의 기준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이는 지금 가입자가 보상을 받게 되는 시기에 분쟁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한 소비자는 “대리점 직원에게 중고폰 보상제도를 물어보니 흠집이 나면 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면서 “이통사가 홍보하는 것에 비해 가격 혜택이나 보상이 크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이통사 보장제도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중고폰 보상은 가입 후 18개월이 지나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 제조사나 이통사는 18개월 이후에도 고객을 잡아둘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고폰 보상제도 역시 ‘상술’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 중고폰 보상제도엔 또 소비자가 없다.  
강다은 더스쿠프 기자 eundak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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