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잇단 리콜 괜찮나

▲ 이케아의 잦은 리콜로 제품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2014년 말 우리나라에 진출한 가구공룡 이케아(IKEA)의 리콜 횟수다. 이쯤 되면 리콜이 월례행사다. 이케아 측은 “사전적 리콜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립 중 발생한 문제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이케아가 주장하는 ‘선제적 리콜’의 허점이다.

박쥐날개 모양으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라티오(LATTJO) 박쥐망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 망토를 착용한 아이들(3명)의 목에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목에 걸려 쉽게 풀어지지 않는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6일 “즉각 리콜 조치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들의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추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리콜 조치다. 더욱 명확한 규정의 필요성이 생겼다.”

문제는 이케아의 리콜이 이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매달 리콜 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부 전선이 손상돼 감전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고템(GOTHEM) 탁상스탠드 2종과 플로어스탠드 1종을 리콜 조치를 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고객 2명과 매장 직원 1명이 사용 중 감전 사고를 경험했다는 보고를 받은 이케아는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

이보다 앞선 1월엔 “고무 부분이 분리돼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라티오(LATTJO) 드럼스틱과 텅드럼이 리콜 조치됐다. 장난감 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이지만 분리된 고무가 영유아에게 유해할 수 있고 질식 위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한 달 뒤인 2월에는 천장등을 리콜했다. 유리 덮개가 떨어져 고객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액 환불이 결정된 제품은 로크(LOCK)ㆍ휘뷔(HYBY)린나(RINNA)의 천장등이다. 이케아는 현재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이 아닌 현지구매 또는 해외직구 등을 통해 구입한 제품도 리콜을 해주고 있다. 린나 천장등, 궁궁그네 등이 대표 사례다.

▲ 이케아 가구의 조립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사진=뉴시스]
궁궁그네는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하기 전인 2014년 9월 리콜이 결정된 제품이다. 그네를 고정하기 위해 부착된 장치가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안티롭(ANTILOP) 유아용 하이 체어, 파트룰(PATRULL) 야간조명, 크립(CRIP) 매트리스 등도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았지만 전세계 매장에서 판매되다 사전 예방 차원에서 리콜이 결정됐다.

이케아 측은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리콜 횟수보다 고객 안전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실 제품’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실수에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리콜을 한다는 거다.

이케아 관계자는 “고무부분이 분리될 우려가 있는 텅드럼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은 선제적으로 리콜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마음으로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리콜을 실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립가구의 숨은 문제들

문제는 이케아의 가구가 ‘조립식’이라는 점에 있다. 완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가구 업체들과 달리 이케아는 조립가구를 판매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다. 이선용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기본적으로 조립가구는 완성가구에 비해 변수가 많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리콜제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립하던 중 발생한 문제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하지만 결함이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 법령에 정하는 기준을 준수했는데 발생한 것이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 제조물을 공급했을 때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판매 이후에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가 발생해도 제조업자는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선용 팀장은 “바로 이 부분에 허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자칫 제조업자가 아닌 소비자의 탓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제조물 책임법 제1조에 명시된 ‘피해자 보호를 도모하고 국민생활의 안전 향상’을 위한 것이라면 다시 논의돼야 할 부분이다.

이 팀장은 이케아가 ‘사전적 리콜’만 내세울 게 아니라 현지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가구들은 대부분 서랍장에 레일이 달려 있다. 하지만 이케아 제품은 그렇지 않다. 이런 차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힘주어 꺼내다보면 서랍장이 쏟아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이케아가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인 만큼 저마다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고민하고 배려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표준에 맞추기보다 현지화를 통해 그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에 6개의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광명 1호점에 이어 2호점은 경기도 고양에 들어선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적 리콜만 강조하면 이케아의 손을 떠난 제품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선 있는데 후 없는 고객 안전

그렇다면 이는 이케아가 말하는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 아니다. 사전 조치에서 보여주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 판매 이후에도 유지돼야 한다. 물론 관련 법률도 꼼꼼히 따져 손봐야 한다.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애먼 소비자만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사전적 리콜에 숨은 허점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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