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맥주 웨팅어 론칭한 롯데마트 이중 마케팅 논란
# 2012년 10월 17일. 새로운 맥주를 론칭한 롯데마트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은 이랬다. “롯데마트가 18일부터 독일 웨팅어사와 연계해 개발한 ‘L맥주’를 선보인다. …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 중 외국 맥주 제조업체가 자신의 브랜드가 아닌 국내 유통업체가 정한 브랜드를 상품에 사용한 것은 L맥주가 처음이다. … 2011년 10월부터 독일 웨팅어사와 상품 개발 관련 협의를 시작했고, 2012년 2월에는 웨팅어가 제안한 총 15종의 상품을 대상으로 샘플 테스트도 진행했다….”
# 2016년 4월 6일. 독일산 맥주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롯데마트 관계자는 L맥주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브랜드만 L을 쓰고 있을 뿐이다. PB(자체기획 브랜드)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상품이 아니다. 중간에 유통회사가 따로 있는데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서도 판매가 된다. 때문에 롯데마트와 특별히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냥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200여종의 수입맥주의 한 종류라고 이해하면 된다.”
묘한 일이다. 분명히 똑같은 L맥주인데, 시점과 상황에 따라 설명하는 콘셉트가 180도 다르다. 2012년 출시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L맥주는 롯데마트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제안해 만들었다. 그래서 맥주이름도 롯데를 상징하는 ‘L’로 정했다. 아무리 예민한 소비자라도 L맥주를 롯데마트의 PB상품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수입맥주와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롯데마트가 이런 ‘모순矛盾의 함정’에 스스로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계추를 L맥주 출시 당시로 돌려보자.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2년 롯데마트가 이 맥주를 취급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수입맥주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과거 수입맥주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한정된 유통채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맛과 높은 품질을 갖춘 수입맥주의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롯데가 L맥주를 론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잘나가던 L맥주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지난 2월 28일 독일의 뮌헨 환경연구소가 독일산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는데, 이 맥주 가운데 L맥주를 만드는 웨팅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공식성명을 통해 “해당 제품들에서 검출된 L당 최대 29.74㎍의 ‘글리포세이트’ 성분은 인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해명했지만 확실한 근거를 밝히지 않아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안전처 관계자도 “독일 정부가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문제가 추가로 발생한다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맥주를 ‘롯데가 기획한 독일산 맥주’라고 홍보하던 롯데마트 측이 돌연 “우리와 독일 웨팅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입장을 바꾼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혹시 모를 논란에서 미리 발을 빼겠다는 전략이라는 얘기다.
롯데마트의 이런 꼬리자르기식 마케팅에 업계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지금껏 많은 소비자들이 L맥주를 롯데마트의 PB 상품으로 알게끔 마케팅을 해왔다”며 “제초제 논란으로 불통이 튈까 우려해 태도를 바꾼 것 같다”고 꼬집었다. L맥주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롯데의 L맥주인가 독일의 L맥주인가. 롯데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마케팅에 소비자만 또 우롱당하게 생겼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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