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수입맥주 이대로 괜찮나

‘수입맥주 5캔에 1만원.’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국산맥주보다 품질이 좋다는 수입맥주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덕분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입맥주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문제는 수입맥주의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품질도 기대 이하일 공산이 있다는 점이다.

▲ 독일의 유명 맥주 일부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된 농약이 검출됐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28일 주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독일의 뮌헨 환경연구소가 독일산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14종의 맥주 가운데 8종이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수입 맥주의 안전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 기관에서의 발표에서는 유해성이 없다고 밝혀지는 것과는 별도로 검증을 통해 해당 성분에 대한 안전상의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제시할 것”이라며 논란의 불씨를 강력하게 댕겼다.

그러자 독일 맥주 업계는 진화에 나섰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공식성명을 통해 “해당 제품들에서 검출된 L당 최대 29.74㎍의 ‘글리포세이트’ 성분은 인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글리포세이트 29.74㎍은 체중 60㎏의 성인이 섭취했을 때, 우려되는 일일 섭취허용량(ADI)과 급성기준노출량(ARfD)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 주류업계 역시 이번 논란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장세가 가파른 수입맥주의 앞길을 막을 만한 변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1억4186만 달러(약 1600억원)로 전년 대비 26.9%나 늘었다. 역대 최고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공육 발암물질 논란이 있었을 때처럼 유해성 여부가 확실치 않다”면서 “글리포세이트 29.74㎍만으로 인체에 해롭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수입맥주 판매량에 제동을 걸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입맥주 안전성 논란이 이번에만 불거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산 ‘하노이 맥주’는 식약처로부터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를 당했다. 이 제품의 유통사가 제품의 품질유지기한을 수출국에서 표시한 유통기한 만료일보다 6개월 길게 표시했기 때문이다.

하이네켄 맥주도 그해 11월 같은 논란을 겪었다. 수입 당시 하이네켄 맥주캔의 밑면에는 2015년 7월 15일이라는 날짜가 박혀 있었고, 옆면에는 ‘유통기한: 캔 밑면 표기일까지’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를 발견한 하이네켄 코리아 측은 해당 캔 위에 ‘유통기한: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 제조일: 캔 밑면 표기’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하지만 기존 표기대로라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었다.

수입맥주 판매량 ‘고공행진’

하이네켄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은 전량 해외 수입 제품으로, 지난해 7월 생산 분부터 본사와의 소통이 미진해 라벨과 제작일자 기입에 오류가 발생했던 것”이라며 “품질과 신선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관련 제품은 전량 회수 조치했다”고 덧붙였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산 맥주의 경우 HACCP을 통해 원재료부터 제조ㆍ가공ㆍ유통 등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규명하고 감시할 수 있지만, 수입 주류 생산시설을 관리하고 점검할 방법은 없다”며 “이물질 혼입의 책임을 규명하고, 회수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수입맥주를 둘러싼 논란은 안전성뿐만이 아니다. 가격도 논란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아서다. 현재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의 주세율은 72%로 같다. 여기에 교육세(21.6%) 부가세(19.4%)가 추가로 붙는다.

문제는 세금을 붙이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이윤을 붙인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금을 계산한다. 이를테면 국산맥주는 원재료비ㆍ인건비ㆍ제조경비는 물론 광고비ㆍ판매관리비ㆍ영업 외 손익까지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셈이다. 반면 수입맥주에는 수입원가에 관세가 포함된 가격에만 세금이 붙는다. 사례를 살펴보자. 원가가 1000원, 판매비 300원, 이익 200원인 국산맥주와 독일산 수입맥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국산맥주의 과세표준은 이를 모두 더한 1500원인 반면,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은 수입원가 1000원에 관세(11.2%)를 더한 1112원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국산맥주에는 1695원, 수입맥주에는 1232원의 세금이 붙는다.

흔들리는 과세표준

문제는 더 있다. 출고가격이 정해져 있는 국산맥주와 달리 수입맥주는 이윤을 자유롭게 책정해 판매가를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경품은 제공할 수 없다’는 주류세법 규정을 쉽게 피해나갈 수 있다. 수입맥주업체가 고가의 경품을 통해 고객몰이를 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형마트에서 365일 내내 수입맥주 할인행사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차장은 “수입맥주는 선심을 쓰듯 1년 내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며 “불투명한 수입맥주의 가격구조는 결국 수입맥주의 신뢰성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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