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의 미래 플랜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자동차.” 상상 속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이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건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IT 기업이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카에 발을 담갔다.

▲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카 시장 점령에 나섰다. 팀쿡 애플 CEO(왼쪽)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사진=뉴시스]

“기계는 인간처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술 먹고 운전하는 일도 없다. 정확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차량에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시대가 왔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거대한 변화에 직면했다(팀쿡 애플 CEO).”

에릭 슈미트와 팀 쿡. 이 둘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iOS’와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시장을 점령한 IT 공룡기업의 수장이다. 2014년 4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OS의 시장 점유율 합은 96.3%. 두 OS를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은 전 세계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모바일 시장을 점령한 IT기업의 수장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기업이 ‘자동차’를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과 손잡고 자동차용 OS인 ‘카플레이’를 선보였다. 구글은 열린자동차연합(OAA)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었다. OAA에는 구글을 비롯해 GM, 혼다, 아우디, 현대 등 글로벌 자동차 4개사가 참여했다. 구글은 이들 차량에 안드로이드의 자동차용 OS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할 예정이다.

두 CEO의 말처럼 자동차 산업은 변화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의 경쟁 영역은 ‘연비 효율’과 ‘환경 규제 대응’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는 어떻게 안정성을 담보하는가’의 문제로 넘어왔다. 이 산업에 IT 기술이 등장한 건 이때부터다. 긴급제동장치(AEB),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BSD) 등의 IT 기술은 이미 상용차의 기본 옵션이 됐다.

사회는 더 높은 단계의 안정성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반영된 차가 바로 스마트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스마트카를 ‘자동차 기술에 차세대 전기전자ㆍ정보통신ㆍ기능제어 기술을 접목해 자동차 내ㆍ외부 상황을 실시간 인식하는 차량’이라고 정의했다. 일정한 조건만 주어지면 스스로 움직이고 외부 상황 변화에도 알아서 판단하고 반응하는 차량이란 얘기다. 이 범주에는 자율주행차와 무인자동차 등이 포함된다. 전기와 모터로 달리는 전기차도 스마트카로 분류된다.

그중 자율주행차는 스마트카 시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차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센서로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달린다. 자동차 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기술과 후진 중 주변 차량을 감지하는 기술, 차선을 유지하는 기술 등 요구하는 IT 기술 수준도 높다. IT강자인 애플과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카까지…

그렇다고 두 회사에 ‘유리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미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가 ‘스마트카 시대’를 예견하고 움직이고 있어서다. 자동차 산업에 뿌리가 없는 두 회사가 ‘자동차’만으로 이들을 앞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은 스마트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스마트폰에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구글과 애플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지만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두 회사의 모습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을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회사는 공통점이 있다. 제조업 기반의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휴대전화 제조공장이 없다. 스마트폰 경쟁의 서막이 오른 시기에 전문가들이 두 회사의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점쳤던 이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조업 기반의 기업이 먼저 퇴출되기 시작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대표적이다. 반면 구글과 애플은 승승장구했다. 그저 성능 좋은 OS를 무기로 들고 있었을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 무기 하나로 스마트폰 제조사의 개발 과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 전략을 스마트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구글은 OAA를 통해 스마트카 OS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확대 적용하고 있다. OS 시장의 점유율 선점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타이탄(Titan)’이라는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애플이 아이폰처럼 개발부터 유통까지 담당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스마트카 시장 전략은 확실히 스마트폰 전략과 닮아 있다.

물론 자동차 산업은 스마트폰 산업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IT 혁신기업으로 누린 애플과 구글이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조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는 기존의 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제품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시장 혁신의 가능성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제 자동차는 다양한 콘텐트를 소비하는 작은 공간이 된다. 출퇴근 이동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주요 신문 기사를 검색하고, 긴급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애플과 구글은 강점을 더 살릴 수 있게 된다. 보급된 OS를 기반으로 자사 콘텐트를 소비할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어서다.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를 만드는 진짜 이유다. 자율주행차가 아직도 먼 미래일까. 스마트폰의 혁신도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두 기업이 자동차 시장의 혁신에 발을 담갔다는 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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