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➊ | 금리 2007년 수준으로 오르면…

▲ 금리 인상기에는 원리금 상환액 증가로 가계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가계부채 1166조원 시대. 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가 오르면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고, 이는 가계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리변화가 대한민국 평균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 첫째편으로 2007년 수준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를 가정해봤다. 당시 기준금리는 4.75%였다.

중견기업 차장인 송승현(가명ㆍ44)씨의 연봉은 5300만원(세후 4536만원). 한달에 378만원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에 비해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평균 이상의 연봉이다. 아내 채희수(가명39)씨는 전업주부다. 자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 아이(아들10)와 둘째(딸5)가 있다. 송씨는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그는 지금껏 월급이 적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 소득으로 따지면 중산층 가정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송씨 혼자 버는 월급으로 네식구가 살아가기엔 빠듯하기만 하다. 2015년부터는 2000원 오른 가격이 부담돼 담배까지 끊었다. 하지만 월 생활비는 여전히 빠듯하다.

물가는 오르는데 송씨의 연봉은 요지부동이라서다. 송씨 가정의 한달 생활비를 대략 살펴보면 이렇다. 2010년 구입한 배기량 1500cc 준중형차에는 월 30만원이 들어간다. 차량유지비용이다. 2014년까지 납부하던 자동차 할부금 35만원을 모두 갚아 부담이 많이 줄었다. 가족과 함께 이동하거나 급한 일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차량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

식생활비에는 월 80만원가량을 쓴다. 주거관리비, 각종 세금(25만원), 교통통신비(20만원) 등으로 한달에 총 125만원을 지출한다. 노후를 대비한 각종 보험료가 월 30만원이다. 큰아이의 교육비에 지출되는 금액도 만만치 않다. 초등학생 아들의 사교육비가 30만원, 딸아이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내 매달 15만원을 지출한다.

이제 남은 돈은 148만원(378만원-230만원). 남은 금액을 모두 저축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 가정의 저축과 투자액은 한달에 고작 26만원에 불과하다. 낭비를 해서가 아니다. 갚아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21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22만원(148만원-26만원)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111만원)과 가계신용대출 이자(11만원)를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

송씨는 2015년 6월 82.4㎡(약 25평)아파트를 4억원에 구입하면서 20년 상환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받았다. 기준금리가 1.50%로 떨어지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쉬웠다. 송씨는 다가올 금리 인상이 우려됐지만 지금이 아니면 내집 장만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내집 장만에 나섰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요지부동

2015년 6월 당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01%(시중은행 가중평균금리 주택담보대출 기준)이다. 원리금 균등상환을 선택해 월 111만원(원금 약 61만원+이자 약 50만원)을 갚고 있다. 원금만기일시상환으로 가계신용대출 3000만원도 받았다. 매월 납부해야 하는 이자는 11만원(가계대출평균금리 4.46%)이다. 적지 않은 금액의 빚을 갚고 있지만 송씨 가정은 그래도 흑자재정을 유지하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인 덕분에 저축과 투자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송씨의 근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만간 금리가 오를 것 같은 징후가 나타나서다. 그럼 금리가 오르면 송씨 가정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참고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계산방식은 원금균등 상황방식을 따랐다. 금리에는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를 적용했다.
 
[※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에 따라 금리상승기의 대출 원리금을 비교하려면 코픽스금리를 적용하는 게 옳다. 그런데 2010년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CD연동금리가 더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CD금리가 은행의 실제 조달 금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발견돼 지금은 코픽스나 코리보(KORIBOR은행간단기대차금리)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2009년 이전 금리 상승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를 이용했다.]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중 기준으로 사용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금리를 사용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시중 은행이 해당월중 신규로 취급한 수신대출에 적용한 금리를 가중평균한 통계로 최근의 금리동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

금리 오르면 가계재정 악화

하지만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7년 7월 12일 미국 서브프라임 직전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당시 기준금리는 4.75%였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24%에 달했고 신용대출금리도 7.33%였다. 주택담보대출은 3.2% 이상, 대출금리는 2.9% 이상 높다.

그렇다면 이자부담액은 얼마나 늘어났을까. 송씨 가정은 이 금리가 적용되면 월 164만3000원(주택담보대출 146만원, 신용대출 18만3000원)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현재보다 각각 35만원, 7만3000원 늘어난다. 월 43만3000원을 1년으로 계산하면 507만6000원 많은 금액이다. 이렇게 되면 송씨 가정의 흑자재정이 깨진다. 가계의 한달 재정이 당장 26만원 흑자에서 16만3000원 적자로 돌아선다.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아이의 학원을 하나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리 변동은 가계재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2007년 당시의 금리가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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