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부활하나

한류韓流에도 연예기획사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있다. 특히 기존 한류스타를 잇는 스타를 발굴하는 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화장품ㆍ여행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슈퍼스타에 ‘상품’을 묶는 ‘번들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거다.

▲ 한류의 경제 효과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사진=뉴시스]

한류는 1990년대 말부터 동아시아 지역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일컫는 말이다. 이 물결은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방영된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H.O.T’ ‘NRG’ 등의 가수 활동이 어우러지면서 발생했다. 1990년대는 주로 드라마 수출과 해외 음악공연 등에 의해 한류가 전파됐다. 2000년 이후의 한류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를 통해 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한류는 경제적 효과를 발생하고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류의 통합적인 경제 효과는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제 효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류의 확산 단계는 ‘대중문화 유행→파생상품 구매→한국상품 구매→한국 선호’로 구분할 수 있다.

대중문화의 유행은 드라마ㆍ음악ㆍ영화ㆍ게임 등 한국 대중문화와 한국 연예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단계다. 다음은 파생상품 구매단계인데, DVDㆍ캐릭터 상품 등 한국 대중문화나 스타 연예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상품을 구매한다. 이 단계가 지나면 한국 상품구매 단계로 넘어온다. 이 단계에서는 드라마와 연예인에 국한된 상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전자제품ㆍ생활용품 등 일반적인 상품을 구매한다. 때문에 한국 전반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해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국 대중문화를 다시 좋아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류열풍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문화콘텐트 수출 증대, 외국인관광객 지출 증대, 소비재 수출 증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문화콘텐트 수출 금액은 연평균 12% 증가해 2020년에는 61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한 외국인관광객 지출 금액은 연평균 13% 증가해 67억 달러, 소비재 수출 금액은 연평균 9% 증가해 1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류열풍 초기 지역인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고 자국민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쇼핑관광’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내수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중국인 중 쇼핑을 위해 입국한 비중은 8.7%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가ㆍ사업 등의 목적으로 입국한 중국인도 쇼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쇼핑이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한류열풍의 효과는 음악ㆍ방송 등 국내 문화콘텐트 매출 또는 수출액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류열풍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콘텐트 산업보다 내수업종의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對중국 화장품 수출 금액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 3월 대중국 수출 금액은 1억2000만 달러로 2000년초에 비해 79배로 증가했고 전년 동월 대비 203% 늘어났다.

한류 경제효과 4조원 시대

한류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점점 더 커지는 건 한류열풍의 초기 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류 초기인 1990년대말~2000년대초 10~20대였던 한류세대가 약 15년이 지난 핵심 소비층인 30~40대가 돼 한국 제품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배우ㆍ가수 등 연예인이 한류 열풍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류스타를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은 물론 음식료ㆍ의류ㆍ가전제품 등이 더 많이 판매되고 있어서다.

▲ 국내 연예기획사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런 한류를 이끌고 있는 연예기획사의 수익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4430억원으로, 같은 기간 중국 화장품 수출액인 5억9800만 달러(약 64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성장률도 생각보다 부진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최근 2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21.1%로 과거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56.1%)에 비해 성장폭이 크게 둔화됐다. SM엔터테인먼트 최근 2년 동안의 성장률은 9.0%로 과거 48.7% 대비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국내 연예기획사의 해외매출 비중이 중국이 아닌 일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불법다운로드 등의 문제를 지니고 있는 중국이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성장을 하기엔 열악한 환경이라는 방증이다. 한류스타의 주 수입원인 방송출연ㆍ광고ㆍ콘서트 등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매출성장의 제약요인이다. 연예기획사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기존 아티스트의 흥행에 신규 아티스트의 성공적인 데뷔가 어우러져야 한다. 또한 신규 아티스트는 2~3년 안에 소속사 전체 매출액 중 일정 수준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야 한다.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빅뱅’과 ‘2NE1’ 등 거물급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뒤를 이을 신규 아티스트가 보이지 않는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이후 ‘EXO’를 내세웠지만 매출성장률이 떨어진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추가성장 동력이 필요할 듯하다.

성장동력 찾는 연예기획사

하지만 뛰어난 기획능력을 보유한 연예기획사일지라도 슈퍼스타를 연이어 만들어내긴 쉽지 않다. 데뷔 당시의 사회적 이슈, 유행의 변화 등 제어하기 힘든 변수를 딪고 올라서야 해서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의류사업과 화장품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여행 사업을 통해 본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예ㆍ매니지먼트 사업에 화장품ㆍ의류ㆍ여행사업 등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한동안 소외됐던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는 얘기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 cys45@iprov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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