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대 주주 등극한 구광모의 미래

‘땅콩 리턴’으로 재벌 3ㆍ4세를 향한 여론의 시선이 따가웠던 지난해 말. LG그룹의 후계자 구광모 ㈜LG 상무는 임원대열에 합류했다. 주식 190만주를 증여받아 ㈜LG의 3대주주로도 등극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구 상무가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 LG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2012년 구자경 명예회장(가운데)의 88세 생일 기념행사.[사진=뉴시스]

2015년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특별한 해다. 부친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지 20년이 되는 해라서다. 더 흥미로운 건 구본무 회장의 올해 나이(70)와 구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물려줬을 당시의 나이가 같다는 점이다. ‘LG그룹도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LG의 경영권 승계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이뤄진다. 이른바 ‘장자長子 승계’ 원칙이다. 실제로 구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창업주의 장남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구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LG의 황태자 구광모 ㈜LG 상무 역시 법적으론 구 회장의 장남이다. [※ 참고: 생리학적으로 구 상무는 구 회장의 장남이 아니다. 구 회장은 슬하에 딸만 둘 뒀다. ‘장자 원칙’을 위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 구광모 상무를 2004년 양자로 입양했다. 구본능 회장은 구 회장의 바로 밑동생이다.]

▲ 구광모 ㈜LG상무가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을 위한 준비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구 상무는 최근 베일을 서서히 벗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장에서 임원(상무)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4년 말엔 ㈜LG의 3대 주주(1024만9715주ㆍ지분율 5.94%)에 올랐다.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 구 상무에게 ㈜LG 주식 190만주를 증여한 결과다. ㈜LG의 1대 주주는 11.00% 지분을 가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2대 주주는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지분율 7.72%)이다.

LG그룹의 경영권은 지주회사인 ㈜LG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LG는 2003년 재벌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계열사는 지주회사가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구 상무가 LG를 어떻게 지배하느냐다.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삼성그룹처럼 계열사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제일모직ㆍ삼성SDS의 상장으로 2013년말 1조1530억원에서 8조6527억원으로 7.5배나 커졌다.

구광모, ㈜LG 3대 주주 등극 의미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할 만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LG는 삼성그룹처럼 상장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만들 창구가 마땅치 않다. 둘째는 구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증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증여세가 문제가 될 수 있다.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징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상무가 구 회장과 비슷한 10%의 ㈜LG 주식을 보유한다고 가정해보자. 구 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 중 5%를 현재 주가(약 6만원)로 증여한다면 증여세만으로 2850억원을 내야 한다.

구 상무의 또 다른 문제는 ‘얼마나 검증된 인사냐’는 거다. 언급했듯 구 상무는 지난해말 임원대열에 합류했다. 다른 후계자들처럼 구 상무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 알려진 것도 없다. 2006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 기간도 짧다. 이런 이유에서 구 상무도 ‘혈육승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운운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LG의 지분증여는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경영권 승계절차와는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G그룹의 입지는 썩 좋지 않다. G-시리즈가 선전하고 있다지만 ‘피처폰 왕국’으로 불리던 싸이언 시절의 LG만큼은 아니다. 가전도 라이벌 삼성전자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통신분야에서도 ‘만년 3등’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LG의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 3대 주주로 등극한 구 상무. 베일에 싸인 그의 검증작업은 어쩌면 지금부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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