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KB의 위기

▲ 금융위원회가 KB금융그룹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사실상 잠정 보류했다.[사진=뉴시스]

갈 길이 바쁜 KB금융그룹의 정상화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금융위원회가 KB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을 이유로 LIG손해보험의 인수 승인을 잠정 보류했기 때문이다.

‘주전산기 교체 사건’으로 금융지주 회장과 핵심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수장을 잃은 KB금융그룹의 정상화 과정이 험난하기만 하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9월 17일 임영록 전 회장의 해임을 결의한 이후 바로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16일에는 외부업체에 의뢰한 평판 결과 등을 바탕으로 최종 4명의 후보를 결정했다. 최종후보로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외부인사라도 일정기간 KB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내부인사로 인정하겠다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내부 출신으로 분류될 수 있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관치’가 아닌 ‘노치’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선정된 후보들의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은행 새노조는 “김옥찬 전 부행장의 후보 사퇴로 제대로 된 내부 출신 후보는 한명도 없다”며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부패 낙하산만을 선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LIG손해보험의 인수ㆍ합병(M&A)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데 있다. K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M&A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ING생명 인수는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ㆍ우리저축은행ㆍ우리아비바생명)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NH농협금융지주에 밀려 실패했다. KB금융그룹은 2번의 실패 끝에 지난 6월 LIG손해보험 인수계약에 성공했다.

LIG손보와 6850억원(지분 19.47%)에 인수계약을 맺고 8월11일 금융위원회에 자회사편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5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B금융과 LIG손보가 계약을 맺은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은 KB금융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더 검토해야 한다”며 “차기 회장 선임을 포함해 향후 KB의 경영 플랜과 안정화 조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계약 지연이자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계약 당시 10월 27일까지 금융위의 승인 심사가 끝나지 않으면 연 6%, 하루 1억1000만원의 지연이자를 LIG손보 대주주에게 지급하는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KB금융그룹의 LIG손보 인수 승인 신청을 반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KB금융 이사회의 LIG손보 자회사 편입 의결과 승인 신청이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가 자회사 외의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있는 경우는 계열사의 자회사 편입과 분리 과정에서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거나 그렇지 않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의 경우만 허용된다.

윤영대 KB국민은행 새노동조합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편입 전 1년 이내에는 30% 이내의 상장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있지만 자회사 편입은 자기계산으로 상장주식의 30%이상을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며 “KB금융지주가 LIG손보 주식의 19.47%만 소유하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결의한 이사회의 자회사 편입 의결은 무효다”고 말했다. 그는“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예비승인신청을 반려하고 이를 추진한 관련임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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