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대출의 두 얼굴

▲ 보험사의 자금운용수익 중 대출사업 운용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생명보험회사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이자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약관대출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지만 여전히 최고 금리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자율을 내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보험사가 서비스를 빙자한 약관대출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제법 짭짤해서다.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말 기준 생명보험회사의 약관대출 규모는 49조5000억원으로 2011년보다 약 10조원 이상 늘었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가 보험을 담보로 보험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종의 담보대출이다. 대출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개인간 편차가 있지만 500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이 대부분이다. 보험의 해지기본금이나 만기보험금의 일부(일반적으로 50~95%)에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실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자가 급전이 필요할 때 보험을 해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보험회사가 마련한 자구책이다. 보험계약자는 대출을 통해 급전을 쓸 수 있고, 보험계약도 유지할 수 있다. 약관대출을 통해 밀린 보험료를 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약관대출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고객서비스다.

국내 보험사들은 이런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남겼다. 지난해 삼성생명은 대출사업을 통해 약 1조2000억원의 운용수익을 냈다. 수익률은 6.42%였다. 유가증권 운용수익률 3.79%보다 훨씬 좋은 수치다. 한화생명의 대출사업운용수익률도 6.42%에 달했는데, 유가증권 운용수익률 4.93%보다 1.49%포인트 높았다. 보험회사의 대출사업에서 약관대출의 비중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약관대출사업은 보험회사의 중요한 수익원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약관대출의 이자율이 턱없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보험회사들의 약관대출 이자율은 4~10% 내외다. 삼성생명은 보험상품에 따라 연 4.1~9.9%, 교보생명은 연 4.5~10.5%를 매기고 있다. 은행권의 예금담보대출의 이자율(예금이자율+1.5%)과 비교하면 평균 이자율이 훨씬 높은 셈이다. 약관대출 이용자 대부분이 서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지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이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보험이 해지되더라도 보험사는 손해볼 게 없다”며 “그런데도 약관대출에 높은 금리를 매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보험사들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보험계약자들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사의 주요 자금운용처인 유가증권(전체 운용자금의 70~90%를 차지)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보험사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결국 보험사는 약관대출 사업으로 일정한 수익을 충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험사가 약관대출 이자율을 낮추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약관대출 금리가 은행금리보다는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예금을 기초로 사업을 하는 은행권과 장기보험을 유지해 보험계약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보험사는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 이자율이 차이가 나는 이유다. 더구나 모든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비슷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하지만 이지욱 보험국장은 “서민을 상대로 한 보험사의 약관대출은 서비스라기보다는 고리대나 다름없다”며 “약관대출이 제대로 된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약관대출 이자율을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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