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대출의 불편한 진실

▲ 30일 무이자 대출을 실시하는 제2금융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있는 지 꼼꼼히 살펴봐야한다.[사진=지정훈 기자]
제2금융권이 30일 무이자 혜택을 앞세운 대출상품 판매에 한창이다. 이 상품은 대부업계에서 저축은행으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무이자 혜택만 보고 대출을 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 한달 무이자 혜택이 끝나면 높은 금리가 기다릴 가능성이 커서다. 제2금융권의 ‘무이자 이벤트’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살펴봤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회초년생 이정선(27)씨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생활하고 있다. 18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아 월세와 생활비, 부모님 용돈까지 드리며 살고 있다. 문제는 집주인이 월세보증금을 300만원 올려 달라는 데서 발생했다. 직장경력이 짧아 제1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 대출을 알아보던 이씨의 눈에 대출 관련 TV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시중은행권보다 대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고 한달 무이자 혜택까지 있었다. 이씨는 곧장 달려가 대출을 받았지만 후회막급이다. 한달 무이자 혜택에 혹했는데 알고 보니 금리가 다른 상품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이씨는 “한달 무이자 혜택만 보고 대출을 받은 것을 후회한다”며 “대출이자가 30%에 달하고 중도에 환급하면 무이자 혜택까지 소멸된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20%대의 금리의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며 “상품의 금리가 높아 무이자 혜택이 없는 상품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자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저축은행을 비롯한 대부업체가 ‘무이자대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30일 무이자대출’을 강조하면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용고객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0일간 이자를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A저축은행은 30일간 무이자로 최대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행사를 하고 있고, B대부업체도 대출고객을 대상으로 30일 무이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금리로 수익을 올리는 제2금융권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는 것인데, 사실일까. 광고만 보면 소비자에게 유리한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다. 대출수수료와 대출이자로 수익을 창출하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 [더스쿠프 그래픽]
우선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대출상환기간이 한달 이상인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업체를 이용한 소비자의 51.1%는 상환기간이 1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기간이 3개월 미만은 경우는 19.3%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이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 한달 무이자 혜택이 소비자에게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애기다.

무이자 혜택보다 금리가 중요해

최계연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급전이 필요해 제2금융권을 찾는 소비자의 대출기간은 평균 2~3년으로 한달 안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이자율이 연 30%에 달하기 때문에 한달 무이자 제공이 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저축은행은 상환기간을 12개월 이상 유지해야 30일 무이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신규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라고 밝혔다.

▲ [더스쿠프 그래픽]
한달 무이자 혜택을 주는 만큼 금리가 올라간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한달 무이자 혜택을 주더라도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소비자는 오히려 더 많은 이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무이자 혜택이 있는 이자율 30% 이상의 상품보다 무이자 혜택이 없는 이자율 20%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저렴하다는 얘기다.

서동성 희망체크론 팀장은 “대출을 이용할 때는 각 금융사가 제공하는 금리를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며 “무이자 혜택만 생각하고 대출을 받을 경우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상품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이자 혜택과 신속한 서비스를 이유로 이런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리가 낮은 상품을 찾아서 이용해야 안정적인 대출 상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무이자 혜택’만 강조하고 있는 광고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대출광고가 정확한 금리보다 무이자 혜택과 대출과정의 신속성만 강조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정책팀) 부장은 “금융상품도 그렇지만 과도한 광고에도 문제가 많다”며 “광고가 무이자 혜택만 강조해 일반 소비자가 상품의 정확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가 자율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를 보호하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정 애듀머니 금융복지상담사는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는 무이자 이벤트 광고는 신규고객 모집을 위한 미끼”라며 “무이자 혜택만 생각하고 대출을 이용했다가 높은 금리 때문에 상환이 연체될 경우 신용등급하락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앞두고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무이자 이벤트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마케팅 수단이긴 하지만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무이자 대출 이벤트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미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제2금융권에서 실시하는 무이자 이벤트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낮은 금리가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은 금리를 책정하고 무이자 이벤트를 강조하는 것은 고객을 유치기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 대부업체의 100만원 무이자 대출 이벤트의 금리는 38.81%에 달했다. 한달 안에 100만원을 갚지 못하면 법정 최고 금리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이자 혜택’ 광고에 현혹되면 안돼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무이자 대출 상품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실질적인 이용 금리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30일 무이자 혜택은 소비자를 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며 “무이자 혜택이 고금리로 전가가 되는지 실제로 면제가 되는지 원금리 확인을 통한 비교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무이자 혜택을 이용한 영업이 올바르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무분별한 대출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영업이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고 기업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액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며 “무이자 대출 조건과 상품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이자 대출 상품이 최근 확대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가 있지는 않다”며 “점검을 통해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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